[르포] 서울시 불허에도 강행나선 보수정당 천막시위…시민들 반응도 '극과 극'

입력 2019-05-14 17:58 수정 2019-05-1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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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념 충돌할까 우려ㆍ세월호와 똑같이 대우해야 등 다양

▲대한애국당 당원이라고 자처한 한 시위자가 세월호 기억공간 옆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그는 현 정부와 세월호 관계자를 향해서 불만을 토로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대한애국당 당원이라고 자처한 한 시위자가 세월호 기억공간 옆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그는 현 정부와 세월호 관계자를 향해서 불만을 토로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82세 노인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추모공간 옆에 앉아 연신 호루라기를 불었다.

경찰이 변인 선임권‧진술 거부권 등을 고지하는 ‘미란다의 원칙’을 듣지 않으려고 한 행동이다. 이 노인이 흉기를 들고 있었던 게 사건의 시작. 경찰은 흉기를 뺏으려 했고 노인은 빼앗기지 않으려 실랑이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한 경찰이 찰과상을 입었다. 경찰과의 실랑이는 한 동안 이어졌다. 맞은편에 있던 대한애국당 관계자는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 선을 그었다.

대한애국당은 10일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근처에 천막 하나를 설치했다. 11일에는 하나를 더 설치해 두 개로 늘었다. 서울시는 사전에 신고‧협의되지 않은 천막이라며 ‘불허’ 입장을 밝혔다. 시는 13일 오후 8시까지 천막 철거를 요구했지만, 대한애국당은 거부했다.

▲13일 오후 8시까지 천막을 철거하라는 서울시 요구에도 대한애국당은 14일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그대로 설치해 놓고 있었다. (홍인석 기자 mystic@)
▲13일 오후 8시까지 천막을 철거하라는 서울시 요구에도 대한애국당은 14일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그대로 설치해 놓고 있었다. (홍인석 기자 mystic@)

불법 천막과 시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심경은 복잡하기만 하다. 14일에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저마다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광화문 광장이 정치이념의 전쟁터가 된 것 같다’라며 씁쓸해했다. 그들의 눈에는 ‘모든 시민을 위한 광장’이라는 본연의 목적이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읽혔다.

시민들은 대체로 천막 설치 자체보다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 상황에 대해 보다 민감해 했다. 세월호 추모공간과 보수정당의 천막에 모이는 사람들이 충돌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광화문 인근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이수현(33) 씨는 “대한애국당이 천막을 설치한 이후 세월호 쪽 사람들과 언쟁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쪽 사람들이 세월호 추모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만 좀 해라’라든가 쌍시옷이 들어간 욕을 하는 것도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이 있긴 하지만, 천막이 생긴 며칠 새 크고 작은 소란이 발생하는 빈도도 많어졌다고 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서울시가 ‘불허’ 결정을 내린 만큼, 법에 따라 철거하는 것이 옳다고 입을 모았다. 어떠한 경우에서도 법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의 가치라는 것이다.

회사원 최보현(32) 씨는 “목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불법은 안 된다”라면서 “신문기사를 보니 절차를 무시하고 불법점거를 했다고 하는데, 보수정당이라면 먼저 준법정신을 가져야 할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서울시 조례에 따라 허가 받고 설치한다면 문제될 것이 있겠냐"라고 말했다.

▲30여 명의 대한애국당 당원들과 관계자들이 2017년 3월 10일 시위 중 숨진 사람들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30여 명의 대한애국당 당원들과 관계자들이 2017년 3월 10일 시위 중 숨진 사람들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일부 시민은 세월호 추모공간과 마찬가지로 반대 진영에게도 동등한 권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형평성’을 근거로 들었다. 대한애국당의 주장이 어떻건 간에 광장 사용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한 시민은 "서울시가 광장 사용 여부를 과연 중립적인 입장에서 하고 있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한다는 홍모(52) 씨는 “세월호 천막 일부도 불법이라고 규정돼 변상금을 물었지만, 철거하지는 않았다”라면서 “대한애국당이 설치한 천막도 변상금은 물되 강제 철거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서울시는 세월호 천막 14개 중 허가받지 않은 불법 천막 3개에 1800만 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강제로 철거하지는 않았다.

대한애국당 역시 ‘형평성’을 강조했다. 세월호는 되고 우리는 안 된다는 건 '내로남불’이라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대한애국당 한 관계자는 “2017년 3월 10일에 시위하다 사망한 5명을 추모하기 위해 천막을 설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불순세력도 아니고, 같은 추모 목적인 데 왜 우리에게만 강경하게 나오느냐”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광화문광장추진단 관계자는 “광장을 사용하려면 최소 7일 전에 허가 신청을 해야 한다"면서 "(대한애국당은) 이를 지키지 않고 기습 설치했고 이는 불법적 행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더욱이 광화문 광장은 여가‧문화 목적이 아닌, 정치적인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추모를 위한 일이더라도 정당이 개입된 이상 ‘정치적 목적’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월호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사안이 다른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세월호의 경우 박근혜 정부 당시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천막 설치를 허가한 것”이라면서 “추모가 정치적으로 조금 변했더라도 천막을 설치하는 시점에는 정당이 개입하는 등의 정치적 목적이 없었기 때문에 대한애국당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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