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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독서산책] 윌리엄 번스타인, ‘무역의 세계사’

한국 현대사를 칙칙하게 그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산업화 과정은 보기 드물 정도로 역동적이었다. 가진 것이 거의 없는 나라에서 무역을 통해 나라를 일으키는 과정은 극적이란 표현을 사용해도 지나치지 않다. 앞으로도 이 나라의 번영은 무역에 대한 굳센 믿음을 갖고 무역 환경을 얼마나 잘 개선해 나가는가에 좌우될 것이다. 반대로 위기가 발생한다면 그 또한 무역에서의 이상 현상으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본다.

윌리엄 번스타인의 ‘무역의 세계사’는 무역의 긴 역사를 심층적으로 다룬 책이다. 이 책은 두 가지 개념을 축으로 쓰였다. 하나는 식량, 피난처, 교제처럼 무역은 인간의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무역에 참여하려는 욕구가 인류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화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라 인류 역사 전편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어온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세계화의 긴 과정을 탐구하기 위해 메소포타미아의 초기 교역으로부터 시작해 세계화를 둘러싼 논쟁까지 모두 14개 장에서 무역의 전개 과정을 파헤치고 있다. 무역사에서 경쟁력은 늘 무역의 중심적인 주제를 차지해 왔다. 무역에서 지속적으로 이윤을 남기는 국가는 번영의 길로 갔지만 반대로 구조적인 적자를 경험한 나라는 쇠락의 길로 달려왔다. 또한 무역에 대한 열망을 가진 사람이 많고 무역을 촉진한 나라는 대부분 번영의 길로 질주했다.

중국은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기 때문에 18세기에 교역이란 개념 자체가 아예 없었다. 1717년 광둥에서 영국의 존재에 대해 중국의 강희제는 이런 경고를 한 바 있다. “앞으로 수백 년 혹은 1000년 동안 중국이 서양과의 갈등 속에서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 근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의 예언대로 중국은 교역대국 영국에 굴욕을 당하고 만다.

1830년 영국 동인도회사의 중국 무역 독점권이 폐지되는 전후 과정을 보면 사무역 상인들이 월등히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것을 보게 된다. 또 오랫동안 영국에서 시행되어온 곡물법이란 보호주의도 결국은 다수의 희생을 바탕으로 토지 귀족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조치임을 알 수 있다.

1846년 곡물법 폐지에 기여한 리처드 코브던은 믿기 힘들 정도의 예지력을 갖춘 인물이었다. 33세가 되던 1837년에 미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다음에 그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지식의 힘이라면, 그리고 교육으로 지식을 얻는다면 미국인은 분명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될 것이다. 또 영국이 번성하려면 제품을 다른 나라보다 싸게 판매하는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곡물법으로 영국의 노동자가 과도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자연히 영국은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최저임금을 올려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식의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 범람하는 시대지만 경제원리는 변함이 없다. “싸게 잘 만들어야 세계 시장에서 팔릴 수 있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요소 가격이 경쟁국에 비해 급등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역 전쟁에서 승리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생산성을 벗어나는 임금 인상이 결국 무역에서 패배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19세기 초엽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은 구리 광산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한다. 그러나 광물이 바닥나면서 많은 광부들이 신세계로 이동하고 그렇게 이동한 사람들이 단시간 내에 미국의 제련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오늘날 특정 국가가 첨단 분야에서 앞서가더라도 경쟁국의 전문인력 유치에 따른 시간 격차 줄이기가 얼마나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사례이다. 관세와 같은 보호조치로 살아남은 산업은 없었다는 것이 무역사가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무역과 경제성장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도전해볼 만한 윌리엄 번스타인의 대작이다.

공병호 공병호연구소장 opinion@etoday.co.kr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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