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먹고사는 문제, 혁신과 공정경쟁에서 답을 찾아야

입력 2018-09-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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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남북의 정상이 11년 만에 평양에서 포옹했다. 우리는 TV를 통해 보는 남북 정상의 화기애애한 모습에서 통일의 희망을 느낀다. 한 해 동안 세 차례의 만남으로 만들어낸 평화를 우리는 65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 대다수는 안보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분단국으로서 국가 안보, 즉 안전보장은 그 어느 것보다도 위중한 사안으로 다뤄졌다. 안보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왜곡돼 정권 연장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기 카드를 사용하고 남한은 대북 공작으로 응수했다. 이 속에서 국민들은 ‘조작된 공포심’으로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스스로 촛불시민혁명을 주도하며 진정한 민주사회를 열어가는 주역으로 거듭났다. 대한민국은 현재 권력 적폐를 청산해 가는 과정에 있다.

2018년 현재, 우리에게 통일,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는 바로 눈앞의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는 경제사회적 양극화와 계층의 고착화가 더욱 심화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이 심해질수록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의 실현은 더욱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금수저 vs 흙수저’로 대변되는 부(富)의 대물림 갈등은 일상이 되었고, 부를 통해 얻은 권력은 ‘오너 갑질’이라는 변질된 행태로 어두운 면모를 드러낸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밀어내기’와 ‘일감 몰아주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이런 불공정한 관행들은 1인 기업, 중소기업을 포함한 새로운 기업의 진입을 가로막는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를 회생시키고 유능한 인재와 혁신기업이 성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같은 생활 속 적폐들을 청산해야 한다. 생활 적폐는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를 바꿀 수 있는 1인 기업, 그리고 혁신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방해하는 커다란 장벽이 된다. 이 같은 진입 장벽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계층 이동을 불가능하게 하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금과 같은 사회가 계속된다면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도 기회는 주어지지 않고, 간신히 기회를 얻는다 하더라도 성공할 확률은 희박하다. 생활 적폐 청산을 통해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에서 페이스북이나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기업을 배출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한국의 주요 경쟁 산업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위험한 생각이다. 한국의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을 보자. 중국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벌써부터 우려 섞인 예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10년간 100대 기업의 순위가 크게 변하지 않았던 한국에서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은 우리 미래 경제에 있어 상당한 위험요소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발전시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산업 활력도는 굉장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중 한국은 단 1개 기업만, 시장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세계 유니콘 기업 215개 중 한국 스타트업은 단 2개 기업만이 랭크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우리 사회가 새로운 산업, 혁신기업이 시장에 진출하거나 살아남기에는 매우 어려운 환경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한민국은 혁신과 공정경쟁이 절실하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한국의 경제·산업을 끌어가기에는 세계의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뒤처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혁신’이 싹을 틔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불공정 관행, 갑질문화 등 생활 적폐를 청산하고 공정경쟁을 실현하고 혁신기업의 진입을 가로막는 장애요소를 제거해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산업의 활력도를 높이는 것만이 한국의 미래에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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