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합의' 뒤엎는 근로시간 단축 우려… 포퓰리즘 법안까지 가세

입력 2017-03-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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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논의가 가열되고 있다. 조기 대선 정국에 ‘쉼 있는 노동’이 대선 이슈로 떠오르면서 국회는 7일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기 위한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은 재계와 노동계의 오랜 쟁점이었음에도 표심을 의식한 나머지 노사정 합의를 뒤엎고 각 당의 입장에 따라 졸속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4일 간사단회의를 열고 근로시간 단축 법안에 대해 재논의하기 위해 추가로 고용노동법안소위원회 일정을 잡는다. 3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환노위 고용노동소위는 내년부터 주 7일 근로시간을 52시간 이하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환노위 위원들은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원칙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300인 이하 사업장에 8시간 특별연장근로 4년간 허용 △휴일근로 할증률 50% 혹은 100% 적용 △탄력근로제 확대 등 법 적용 제외 특례조항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기준법상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에는 임금을 50% 더 주게 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휴일에 하는 연장근로는 두 배인 100%를 더 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기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중복 할증이 인정되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또 한국당이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특별연장근로를 일주일 8시간씩 최장 8년까지 허용할 것을 요구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특별연장근로 자체가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다만 위원들은 근로자 근로시간 규정을 어겼을 때 형사처벌(민사책임은 발생)을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2년간, 근로자 300인 이하 기업은 4년간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데에는 합의를 이뤘다.

환노위 관계자는 “52시간 단축법을 바로 시행하면 범법자 양산 우려가 커 유예 적용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다만 한국당에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들어 100인 이하는 좀 더 유예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세부 쟁점 합의에 실패하면서 이달 내 법안 통과는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주요 대선주자들이 일찌감치 ‘근로시간 단축’ 공약을 내세운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015년 기준 2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인 멕시코(2246시간)에 이어 2위다. 근로시간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는 이유다.

문제는 대선을 의식한 나머지 노사 간 합의를 제쳐 두고 국회에서 졸속으로 합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노사정 합의에서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감내할 수 있도록 1주 근로시간 한도를 5 ~ 8년에 걸쳐 68시간 → 60시간 → 52시간으로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연착륙 방안에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특별연장근로는 도입하지 않고 2 ~ 4년 만에 바로 1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국회 환노위에서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 법안’에 대해 “노사정 대타협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특히 이 방식은 대기업보다 중소·영세 기업에 더 타격이 크다”고 주장했다.

재계가 지속적으로 근로시간 단축 법안에 우려를 제기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4당 간에 극적인 합의가 이뤄져 법안이 소위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게 되면 대선 정국에서 브레이크 없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다.

여기에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 법안까지 속속 발의되고 있다. 환노위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고용노동소위에서 한국당이 노동시간 단축 논의를 지연시킨 것에 유감을 표하며 적용 제외 특례 조항의 폐지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5시 퇴근과 포괄임금계약 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짜야근 금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내놓을 법안은 △공짜야근의 원인이 되고 있는 포괄임금제 계약 체결 금지 △모든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 동일 적용 △휴게시간 유급 전환 △근로시간·휴게시간 특례규정 삭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선주자’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연간 초과근로시간 한도를 220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앞서 유 의원은 지난달 노동시간 단축을 법적으로 의무화해 정시 퇴근을 유도하는 이른바 ‘칼퇴근 시대’ 법안을 대선 공약으로 내놨다. 유승민 캠프 측 관계자는 “칼퇴근을 정착시키려면 퇴근 후 SNS 등을 통한 업무지시 제한하는 등 돌발노동을 금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 초과근로시간에 제한을 둬야만 상습적 야근을 막을 수 있다”면서 “프랑스(250시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1년에 220시간 이상 초과근로를 못하게 하면 법정 근로시간 준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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