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도깨비 방망이, 그 치명적 유혹

입력 2016-01-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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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 한국은행 조사역

삼사년 전쯤일 것이다. 더운 날씨에 야구 한 게임을 마치고 동료들과 한잔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양반들이 벌써 취하셨나?’ 싶어 피식 웃으며 다른 이들을 돌아보니, 다들 진지한 어투로 ‘천하무적야구단의 김성수가 그걸로 홈런을 쳤다’느니 ‘공을 치고 나서도 품에 꼭 안고 뛴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아닌가? 아, 그때 그냥 한귀로 흘려보냈다면 지금 내 통장 잔고는 물댄 옥답처럼 찰랑찰랑했을 텐데….

사회인 야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런 식으로 도깨비 방망이(미국 Easton사에서 90년대에 생산한 Z2K 알루미늄 배트) 이야기를 접하기 마련이다. 이 배트의 등장 이후 미국 대학야구 투수와 내야수들이 엄청나게 고생을 했고 결국 반발력(배트가 공을 튕겨내는 정도) 규제가 시작되었다는 건 이쪽 세계에서 유명한 일화라고 한다. 하지만 첫 타석에서 박살나기도 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내구성을 생각한다면 왜 최소 50만원짜리 이 비싼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베블런(Thorstein Veblen)은 그의 대표 저서인 ‘유한계급론(1899)’에서 “상류층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고 비판했는데, 여기서 가격이 오르는 데도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뜻하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유래하였다. 야구인 사이에서 Z2K 배트는 이제 (고가 핸드백처럼) 과시욕 충족을 위한 베블런 재(財)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야구 실력도 있고 재력도 있다’는 과시의 상징. 심지어 도깨비 수십 자루를 수집하여 주변에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하니 나를 포함한 몇몇 골수 야구인에게 도깨비 방망이는 말 그대로 ‘치명적 유혹’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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