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vs. 터키,“먼저 사과해라”공방…러, 터키에 경제·외교 제재 계획

입력 2015-11-27 10:38

김나은 기자 better68@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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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양국 정상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러시아 전투기 격추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터키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를 둘러싸고 터키와 러시아가 ‘사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터키에 대한 경제 ·외교·국방 및 인적 교류 분야 제재 조치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2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터키 고위 지도부는 아직도 러시아에 전투기 격추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으며 피해 배상을 하겠다는 제안이나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푸틴은 이어 “터키 지도부는 이 같은 행동을 통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가고 있다”면서 “시리아 영공에서의 전폭기 격추는 상식과 국제법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터키를 겨냥해 “일부 국가들이 석유와 사람, 마약, 예술품, 무기 등을 불법 거래하는 테러리스트들을 두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억, 수십억 달러의 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즉각 맞섰다. 그는 이날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과할 필요가 있는 측은 우리가 아니다. 우리 영공을 침범한 측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IS로부터 석유를 밀거래하고 있다는 푸틴의 주장에 대해 “그러한 혐의를 제기할 때는 증거를 대야 한다”면서 “만일 러시아가 이를 증명한다면 (내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이며 이는 명예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에르도안은 터키가 IS 테러로 민간인 140명, 치안인력 7명이 숨져 가장 큰 피해를 봤으며 2011년부터 IS 용의자 3000여명을 검거해 800명을 구속했다면서 터키는 IS와 단호하게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히려 러시아가 IS와 싸우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들(러시아)의 공격 목적은 단지 시리아에서 다에시(IS)와 싸우는 ‘온건 반군’이라는 것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격추 전투기가 러시아 공군기인지 모르고 격추했다고 항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국제뉴스 보도 전문 TV 채널 ‘프랑스 24’와의 인터뷰에서는 “러시아 군용기인 줄 알았더라면 우리 영공 침범에 대해 다르게 대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격추 정당성을 강조하면서도 “우리는 언제나 평화와 대화, 외교를 선호한다”며 긴장을 완화하려는 제스처를 취했으나, 푸틴 대통령의 비판 이후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메블류트 차부쇼울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날 “우리가 옳은 일에 사과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이 사건이 양국의 오랜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 경제와 인적 교류 분야 등에서 전폭기 피격 사건에 대한 대응 조치를 이틀 안에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이에 전투기 격추로 터키 경제가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양측의 군사적 긴장이나 경제협력 중단 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슬람국가 #IS #러시아 #터키 #러시아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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