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빚] 고리사채 논란 강원랜드 인근 ‘전당사’ 가보니…

입력 2015-05-21 11:00 수정 2016-05-2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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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에 10% 이자, 10년 넘은 관행… 카드깡 20% 떼요”

▲강원랜드 인근 사북면 전당사에서는 신용카드는 물론 자동차, 귀금속 등을 담보로 열흘에 10% 이상의 이자를 받는 관행이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최근 법원은 이와 관련된 항소에서 ‘도박빚’도 갚아야 한다는 판결을 냈다. 사진은 전당사 40여 업체가 모여 영업을 하고 있는 사북면 옛 시장터. 뉴시스
▲강원랜드 인근 사북면 전당사에서는 신용카드는 물론 자동차, 귀금속 등을 담보로 열흘에 10% 이상의 이자를 받는 관행이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최근 법원은 이와 관련된 항소에서 ‘도박빚’도 갚아야 한다는 판결을 냈다. 사진은 전당사 40여 업체가 모여 영업을 하고 있는 사북면 옛 시장터. 뉴시스

법원은 최근 고리의 강원랜드 도박빚도 갚아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을 내놓았다. 이자가 너무 높고, 도박중독 상태를 악용한 계약이므로 무효라고 판결한 1심 결론을 뒤집은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열흘에 10%를 떼는 높은 이자율이 증명되지 않았고, 강원랜드 도박은 불법이 아니라는 점을 논거로 들었다.

그러나 지난 17일 실제 강원랜드가 위치한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인근에서 돈을 빌려주는 '전당사'들을 찾아본 결과, '열흘에 10% 이자'는 거의 관행처럼 굳어 있었다. 주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이자율은 10년 이상 유지된 것이라고 했다.

◇ '10일에 10% 이자'는 기본 = 강원랜드에서 500여미터를 내려오면 사북면 시장이 나온다. 과거에는 꽤 규모가 있었을 법한 시장터지만, 지금은 식당과 전당사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전당사들은 대부분 자동차나 귀금속, 신용카드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는 입간판을 내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 중 한 곳을 들어가 대출상담을 해보니, 10일에 10%이자는 인근 업계의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다. "어차피 이자가 똑같으니 여러 곳을 돌아볼 필요가 없다"는 게 그 곳 종사자의 설명이다.

일반 대출은 열흘에 10% 이자를 받는데, 통상 이자가 아니라 선이자 개념이다. 1000만원을 빌리면 10%인 100만원을 떼고 900만원을 준다는 소리다. 신용카드로 미리 결제하고 즉석에서 현금을 받는 '카드깡'은 20%의 수수료를 뗀다고 했다. 신용카드로 1000만원을 결제하면 800만원을 주는 셈이다. 자동차의 경우에는 차종과 연식에 따라 대출금액이 정해져 있었다. 차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냐고 묻자 차종과 연식에 따라 대출가능금액이 빼곡히 적힌 표를 보여준다. 2010년식 국산 중형 세단을 기준으로 표를 찾아보니 1000만원 정도를 빌릴 수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 업체 종사자는 "표에 나온 금액을 다 받지는 못하고, 실제 감정 과정에서 깎인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 "도박은 두번째 부터 중독"… 15년차 '꾼'을 만나보니 = 취재 과정에서 도박을 하러 온 50대 중년 남성 A씨를 만날 수 있었다. 15년 동안 강원랜드를 출입했다는 그는 이날 운수가 좋을 것 같아 정선을 찾았다 했다.

"점쟁이한테 갔더니 오늘 죽이는 날이래. 하늘과 땅이 만나는 날이래. 오늘 딱 날이 좋대. 새벽 다섯시 반에 일어나서 산에 갔다온다고 하고 왔어. 더도 안바라고 300만원만 먹고 가려고."

따면 땄으니까 오게 되고, 잃으면 억울해서 본전을 찾기 위해서 오게 되는 곳이 도박장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기 스키장이 생기면서 도박에 빠지는 사람이 엄청 늘었어. 스키 타고 나서 밤에 할 게 없거든. 근처에 뭐가 있어. 근데 밤에 강원랜드가 번쩍번쩍하잖아. 재미로 한 번 가면 200~300만원 따. 처음에는 쉬운 줄 알지.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바카라 같은 건 50대 50이야. 무대포니까 처음엔 딴다고. 그렇게 몇백만원을 쉽게 버는데 밖에서 뭘 하겠어. 또 오는 거지."

사채 도박빚에 관한 판결 얘기를 꺼내자 A씨는 코웃음을 쳤다. "그건 노름쟁이들한테 이슈가 안돼. 돈 잃은 걸 어디다 하소연할거야. 판사가 나타나면 뭐하냐고. 그 사람들이 노름 해봤어? 뭘 알겠어. 여기는 어차피 블랙마켓이야. 이자가 낮다, 높다? 그건 문제가 안돼. 여긴 내 돈 가지고 먹느냐 먹히느냐야."

사북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중년 여성 B씨는 '근처에서 돈을 빌리려고 한다'며 말을 걸자 "그런 거 하면 안돼요"라며 손사레를 친다. B씨는 인근에서 전당사들이 열흘에 10%이자를 받고 있는 관행은 강원랜드 초창기부터 있었던 거라고 말했다. "더 심할 때도 있었어요. 열흘이 아니라 3일, 5일짜리도 있었고. 강원랜드 앞에 아예 사람들이 나가서 기다리고 그랬죠. 돈 잃은 손님들 상대로 대출받으라고 카드깡하라고 하는 거. 옛날에는 전당사 대박이었지. 돈을 엄청 벌었어요."

B씨에게 '도박 중독을 이용한 금전계약은 무효'라고 판시한 1심 결론을 얘기하자 "그런 건 무효로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전당사 해서 돈 번 사람들도 다 날렸어요. 그 사람들도 손님 끌려고 (강원랜드에) 올라갔다가 도박에 빠지는 거지. '도박 중독'은 한 번 하고 두번째부터 중독이라고 봐야 되는 거에요. 젊은 사람들이 도박하는 게 제일 안타까워요. 게임을 자주하면 사회에 적응을 못하잖아요. 쉽게 따는 맛이 있기 때문에.."

◇ 도박 중독 상담, 사금융 신고제 운영 '무색' = 강원랜드를 찾아 7500원을 내고 입장해봤다.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며, 실명을 확인 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입장권 발권 장소에는 이용객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모니터도 설치돼 있었다. 일요일인 17일 오후 1시 기준으로는 3373명이 카지노를 찾아 바카라와 블랙잭 등을 하고 있었다.

블랙잭 게임이 진행되는 한 테이블에는 7명 남짓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딜러의 손에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10여분이 흘렀을까. 갑자기 탄식이 흘러 나왔다. 한 게임이 끝났다는 의미다.

"자형, 왜 패스 안 하고 스톱해", "이번 판은 카드가 너무 나쁘길래 바꾸려고 그랬지"

찰나에 수십만원을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인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서로 원망하는 대화를 주고 받는 중년 남성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30분 만에 200만원을 잃었다면서도 아내에게 부탁해 다시 200만원을 인출한 뒤 게임에 필요한 칩을 교환했다. 반복되는 게임은 끝이 날 줄 몰랐다.

입장권 발권 장소 근처에는 도박중독 증상을 상담하는 센터도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붐비는 카지노와는 달리 센터 주변은 한적했고, 달리 찾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카지노가 위치한 호텔 입구에는 '불법 사금융 신고 포상제'를 운영한다는 안내 표지판이 서 있었다. 실제 이용객의 말에 따르면 카지노에서 직접 호객행위를 하는 경우는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늦은 시간이 되면 몰래 손님에게 접근해 사채를 권한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정선=좌영길박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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