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푸어공화국]실버푸어 “행복한 황혼은 꿈같은 얘기”

입력 2013-10-0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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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곤율·자살률 OECD 1위… “은퇴 이후 두렵다” 베이비부머들 다시 취업 전선으로

# 지난해 7월 경찰은 전라남도 순천시의 한 아파트 화장실에서 숨진 A(74)씨를 확인했다. 암 투병 중이던 아내와 사별하고 9년간 홀로 지낸 그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숨진 지 4일이 지나서였다. 경찰은 A씨의 집에서 악취가 난다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싸늘한 그의 주검을 발견했다. 한때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했던 A씨는 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낸 뒤 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홀로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독사’ 또는 ‘독고사’라고 불리는 이 비극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이다. 최근 몇 년간 급속한 고령화 진행에 따른 생산성 하락과 경기침체가 논의되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이처럼 근원적인 두려움이 깔려 있다. 그리고 이는 세계에서도 높은 순위에 자리 잡은 노인 빈곤율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노인 빈곤을 말하는 ‘실버푸어’(Silver Poor)의 근원에는 무엇보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인구 증가가 자리한다. 2012년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1.8%에 달하는 598만명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총인구의 16.5%인 841만여명이다.

혼자 사는 노인 숫자도 늘었다. 지난 2000년 한국에서 혼자 사는 노인은 54만여명이었지만, 12년이 지난 작년에는 119만명으로 무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 노인에서 혼자 사는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16%에서 20%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노인 5명 중 한 명꼴로 혼자 살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인 빈곤율·자살률 1위…“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의 만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전체 가구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노인 인구 비율)은 2011년 기준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5%의 3배에 달했다. 특히 혼자 사는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76.6%에 달했다. 66~75세 빈곤율은 43.3%를 기록했으며, 76세 이상 빈곤율은 49.8%, 노인 남성 빈곤율은 41.8%, 노인 여성 빈곤율은 47.2%를 보이는 등 모든 분석 기준에서 OECD 평균보다 높았다.

빈곤의 악순환은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진다. 고독사 못지않게 노인들의 삶을 앗아가는 것은 바로 자살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 역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노인 자살은 지난 2001년 1448명에서 2011년 4406명으로 3배 늘어났다. 하루 평균 12명의 노인이 자살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자살은 전체 자살의 28.1%를 차지한다. 특히 홀로 지내는 독거노인들은 무엇보다 고위험군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 독거노인은 2000년 54만3522명에서 2011년에는 119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오는 2024년 독거노인 가구 비율은 전체의 10.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년 앞둔 중장년층도 ‘비상’

높은 빈곤율은 같은 연령대의 노인은 물론 앞으로 은퇴를 하는 예비 고령층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일에 매달리게 만든다. 얼마 전부터 유행처럼 번진 ‘재취업’ 열풍이 바로 그것이다. 사회안전망인 복지체계가 여전히 부족해 노인들을 일터로 떠미는 것이다. 대규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이들은 또다시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형편이다. 이들의 은퇴와 이에 따른 문제들은 한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자리 잡았다.

일하는 노인의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발표한 ‘OECD 국가의 중고령자 고용정책 동향’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고용률은 OECD 회원국 중 3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고용률은 39.6%로 멕시코 41.3%, 아이슬란드 41.2%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중고령자로 분류되는 55~64세의 고용률도 76.5%로, OECD 국가 가운데 5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노년층에 접어드는 세대들의 은퇴 후 삶을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MMI)와 서울대가 발표한 ‘예비노인 패널연구 1차년도 보고서’에서 노년을 눈앞에 둔 58세에서 64세의 예비 노인들은 총 345만9276명이었으며, 이들 가운데 국가보장과 기업보장, 개인보장 등 은퇴 후 생활을 위한 3가지 보장을 모두 준비한 인구는 2%에 불과했다. 반면 준비가 미흡한 98%는 340만여명에 달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하는 건보 진료비…대책 마련 필요해

노인들의 건강 문제에도 더 높은 수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노년층의 재취업이 필수가 되면서 이들의 건강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3년 상반기 건강보험 주요 통계’에 따르면 노년층이 사용한 총 진료비는 8조9255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인 24조7687억원의 36%를 차지했다. 노년층의 진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2015년까지 고령사회 대응체계를 확립해 2030년까지 고령사회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7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고령사회복지진흥원으로 개편하고 노후 설계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노인복지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족한 예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과연 적정한 복지 예산을 마련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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