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자존심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영업이익을 추월당하며 굴욕을 맛본 서 회장은 해외사업과 브랜드별 전략 차별화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지만 아직 자존심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반해 지난해 업계 1위 탈환의 가능성을 엿본 차 회장은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며 실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일 화장품 및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아모레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9.1% 증가한 7929억원, 영업이익은 고마진의 방문판매 매출 감소와 해외 마케팅 비용 증가로 2.6% 감소한 955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정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는 최근 불경기로 중고가 유통 부문 수익을 늘리고 있지만, 고가 제품 비중이 여전히 높은 반면 그 기여도가 낮다”며 “해외 사업의 성장성은 좋지만 아직도 투자가 필요한 시기여서 실적 동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경기가 안좋다보니 제품 판매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판매경로,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 출시 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LG생건에 대한 실적 전망은 밝다. 허 연구원은 “LG생건의 매출액과 영업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1.5%, 10.8% 증가한 1조920억원, 1163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특히 생활용품과 화장품 영업익은 신규 브랜드 및 제품 매출증가, 고마진의 해외 매출 확대에 힘입어 각각 14.4%, 15.3% 증가한 238억원, 588억원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 LG생건이 아모레 영업이익을 추월하면서 국내 화장품 업계 지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 영업익 기준으로는 LG생건이 아모레를 제쳤다. 지난해 LG생건 영업익은 4455억원을 기록했고 아모레는 3643억원을 나타냈다. 2011년에는 아모레 영업이익이 3729억원으로 LG생건(3702억원)보다 많았다. 올해 1분기에도 아모레의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8.4% 증가한 8038억원, 영업이익은 6.8% 감소한 1402억원에 불과했지만 LG생건은 매출 1조723억원, 영업이익 1459억원, 순이익 1032억원을 달성해 사상최대의 분기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는 설화수 등 고급 브랜드를 앞세워 2000년대 중반까지 화장품 업계에서 독보적인 선두자리를 유지했지만 2010년 이후 LG생건이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인 ‘더페이스샵’을 인수하는 등 M&A(인수·합병)에 집중하면서 덩치를 키워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