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에서만 쓴소리 하는 한은 총재

입력 2012-03-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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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금융부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내부에만 쓴소리를 하는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한은 구성원들을 다그치며 조직을 채근하나 ‘정부 정책 견제’, ‘시장에서의 존재감’ 등의 역할은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작정하고 조직에 쓴소리를 했다. 지난 16일 인천 연수원에서 열린 집행간부 및 부서장 워크숍에서다. 그는 “한은의 최대 취약점은 고위직이 글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한은은 절간이 아니다” 등 자기 계발의 부족함을 꼬집었다.

그의 표현은 한은 고위직들이 겸연쩍을 수도 있는 강한 어조였다. 물론 그의 개인적 역량을 높이는 방식의 조직 발전론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직군제 폐지 등 정체된 한은의 변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안에서 밖으로 옮겨보면 얘기가 다르다. 그는 2년 째 공석으로 방치돼 있는 금통위원 문제로 정부를 향해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없다.

이성태 전 한은 총재가 2년 전 “과거에도 금융통화위원 7명 중 4명이 한꺼번에 바뀌었다. 임기를 더 늘리고 1년에 한 명씩 바뀌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표현한 것과는 다른 면모다.

김중수 총재의 인식은 안이하기까지 하다. 그는 이달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과반수가 바뀐다고 해서 연속성 신뢰가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자질을 갖춘 사람이 올 것이라 믿기 때문에 하등의 걱정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관점은 묘하다. 4년 마다 금통위원 과반수가 바뀌는 구조적 문제를 인재적 관점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그저 ‘훌륭한 사람이 올 것이란 믿음’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가 내부의 문제에 천착하고 금통위원 임명 문제, 한은의 독립성 등 외부에 대해 뒷짐을 진다면 업적은 빛이 바랠게 분명하다. 김 총재가 남은 임기 2년 동안 내외부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하길 바란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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