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최근 작정하고 조직에 쓴소리를 했다. 지난 16일 인천 연수원에서 열린 집행간부 및 부서장 워크숍에서다. 그는 “한은의 최대 취약점은 고위직이 글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한은은 절간이 아니다” 등 자기 계발의 부족함을 꼬집었다.
그의 표현은 한은 고위직들이 겸연쩍을 수도 있는 강한 어조였다. 물론 그의 개인적 역량을 높이는 방식의 조직 발전론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직군제 폐지 등 정체된 한은의 변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안에서 밖으로 옮겨보면 얘기가 다르다. 그는 2년 째 공석으로 방치돼 있는 금통위원 문제로 정부를 향해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없다.
이성태 전 한은 총재가 2년 전 “과거에도 금융통화위원 7명 중 4명이 한꺼번에 바뀌었다. 임기를 더 늘리고 1년에 한 명씩 바뀌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표현한 것과는 다른 면모다.
김중수 총재의 인식은 안이하기까지 하다. 그는 이달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과반수가 바뀐다고 해서 연속성 신뢰가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자질을 갖춘 사람이 올 것이라 믿기 때문에 하등의 걱정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관점은 묘하다. 4년 마다 금통위원 과반수가 바뀌는 구조적 문제를 인재적 관점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그저 ‘훌륭한 사람이 올 것이란 믿음’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가 내부의 문제에 천착하고 금통위원 임명 문제, 한은의 독립성 등 외부에 대해 뒷짐을 진다면 업적은 빛이 바랠게 분명하다. 김 총재가 남은 임기 2년 동안 내외부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하길 바란다면 지나친 기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