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재벌해체론']선거때면 재벌때리기, 票 좀 얻으셨나요?

입력 2012-03-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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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선 때 '재벌개혁' 첫 등장…총·대선 앞두고 다시 '최대 화두'로

총선과 대선을 앞둔 올해 정치권과 재계의 최대 화두는 재벌개혁이다. 일부 재벌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와 골목상권 장악 등으로 확산된 부정적 여론을 표몰이에 활용하려는 정치권의 의도가 노골화되면서 재벌개혁은 올해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후보단일화 등을 골자로 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가 성사됨으로써 야권의 총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 재벌개혁은 한층 탄력을 받으며 재벌해체 논의로 그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아예 그룹별 맞춤형 로드맵까지 제시하며 재벌해체론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내세우고 있는 재벌개혁 혹은 재벌해체는 명칭이 무엇이든 출발점과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핵심은 소유구조와 경영구조의 개혁이다. 즉,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 억제를 출발점으로, 오랫동안 재벌정책의 상징이 되어버린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오너의 황제경영 방지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만 문제의식과 강도에 있어 차이가 있을 뿐이다. 통합진보당의 재벌해체론 역시 문제가 경제력 집중이 아닌 경영시스템 내의 악습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경영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들 정책은 그동안 여야의 정치적 입지에 따라, 혹은 경제적 상황에 따라 투자 활성화와 경제력 집중이라는 명분 하에 도입과 폐지를 반복해 왔다.

올해 총선과 대선이라는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제기되는 여야의 재벌개혁 혹은 재벌해체 주장 역시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재벌해체론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987년 대선 때가 처음이었다. 대선 후보로 나선 홍숙자 사회민주당 후보와 백기완 무소속 후보는 재벌기업의 족벌관계 해체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전면적인 재벌해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부실기업 해체라는 명분으로 재벌해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특정 재벌에 국한된 것이었을 뿐 재계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았다.

군소후보인 데다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한 좌파 후보들이었다는 점에서 두 후보의 재벌해체론은 사회적 파장이 커지 않았다. 그러나 1992년 대선 당시 정주영 국민당 대표가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재벌이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작용이 없지 않아 한국경제 전체를 위해서는 재벌기업의 해체가 불가피하다.”

1992년 5월 12일 정주영 국민당 대표의 중앙당사 기자회견 발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벌그룹 총수를 지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의심할 정도였다. 12월 대선 후보였던 정 대표는 “국민당이 집권하면 계열사 간 상호보증제도를 폐지하는 등 재벌기업의 해체작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당시 정 대표의 재벌해체론은 다른 의도가 숨어있었다. 즉 스스로 대선후보로 나선 이유이기도 했던 재계의 정치권 예속를 제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정 대표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재벌해체론의 피해자는 선거 후 현대그룹이 됐다. 상호보증제도 폐지와 여신관리제도 개선 등을 내용으로 했던 정 대표의 재벌해체론은 이듬해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면서 현대그룹에 대한 금융제재로 이어졌다.

1997년 외환위기에 의한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체제를 맞아 재벌해체론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포문은 미셸 캉드쉬 IMF 총재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는 “한국의 금융위기를 해소하려면 재벌해체가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에 이의 추진을 요구했다.

이에 탄력을 받은 권영길 국민승리21 대선후보는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재벌을 지목하며 재벌해체를 주장했다. 또 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 대통령은 1999년 8·15 경축사에서 “재벌의 구조개혁 없이는 경제개혁을 완성시킬 수 없다”고 말해 재벌해체와 선단식 경영종식이라는 해석을 둘러싸고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재계 관계자는 “이때부터 재벌해체론은 기회만 있으면 고개를 들고 일어서는 재계의 아킬레스 건으로 자리를 잡았다”며 “경제위기와 재벌의 부정비리 사건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재벌해체론을 거론하며 재계를 압박해 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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