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주요 은행들의 유리보(Euribor·유럽 은행 간 금리) 조작 혐의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EC)는 이날 “유리보 관련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금융업체들이 카르텔(담합)과 불공정한 사업관행 등 반(反)독점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날부터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EC는 조사 대상 업체들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이날 조사관들이 예고 없이 방문해 자료를 확보한 업체 중에는 독일과 프랑스의 대형 은행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WSJ은 전했다.
유리보는 유럽 44개 주요 은행들이 다른 금융업체나 기관에 대출해주는 자금의 금리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최근들어 유리보 변동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파생상품들이 급증, 현재 연간 수조 유로 어치가 거래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는 유리보 설정에 참여하는 은행들 가운데 유리보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업체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차입금리 등을 조작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EC의 이번 조사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금융업계 감독을 강화하는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와 증권감독원은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산출에 활용되는 각 은행의 차입금리를 고의로 낮춰 제출했거나 은행 간 공모와 합의를 통해 조직적으로 금리를 조작해왔을 가능성을 조사해 왔다.
일본 당국도 티보(Tibor·도쿄 은행간 금리) 결정 과정을 조사 중이다.
영국계 은행인 바클레이즈는 올해 4월 리보 조작 공모 혐의로 영국 금융청과 미국 금융당국과 사법기관으로부터 조사받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금융업계는 리보의 경우 15개 은행이 제출한 자료로 결정되지만 유리보는 훨씬 더 다양한 나라의 40여 개 은행들이 참여하는 것이어서 답합이나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