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운항비·정시성 분석 착수 예정…한 차례 운항으로 수익성 일반화엔 한계

팬스타 아크로호는 이날 오전 8시 24분 부산항 자성대 부두에 접안했다. 8월 22일 출항한 아크로호는 2758TEU급 컨테이너선으로, 국내 선사의 첫 북동항로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에 투입됐다. 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기준으로 화물량이나 선박의 적재능력을 나타내는 단위다.
이번 운항의 경제성을 해석할 때 가장 먼저 따져야 할 부분은 화물 확보다. 해양수산부가 6월 사전 수요조사에서 파악한 화물 수요는 약 1300TEU였지만, 실제 출항 때 실은 수출화물은 737TEU로 조사 물량의 약 57%에 그쳤다. 빈 컨테이너 100TEU를 포함한 총 선적량은 837TEU였다. 선박 준비가 지연되면서 화물을 확보할 영업 기간이 짧아졌다.
권재근 팬스타 대표이사도 같은 브리핑에서 준비 과정의 지연과 짧은 영업 기간으로 화주 영업이 미진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정기적으로 선박을 운항한다면 화물 영업 여건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번 운항에서 확보한 화물량이 향후 정기 노선의 수요를 그대로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충분한 영업 기간을 확보했을 때의 적재율과 운임 수입, 반복 운항에 따른 화주 확보 가능성을 함께 검증해야 상업적 수익성을 판단할 수 있다.
해수부는 귀환 후 기존 항로와 비교한 운항거리·소요기간·연료 소비량·운항비용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화물 확보와 운항 정시성, 보험·금융 비용도 살펴 정기 노선 구축에 필요한 화물 특성과 운항 조건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수호 해수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한 항차의 경제성을 대표적인 지표로 판단하기에는 불확실하고 부족할 수 있다"고 했다. 후속 운항과 정기선 운영 여건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귀환편의 화물 구성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해수부는 유럽에서 돌아올 때 약 1300TEU의 빈 컨테이너를 수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수출 화물이 많은 항로 특성상 귀환 과정에서는 컨테이너 재배치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빈 컨테이너 수송도 운송 의뢰에 따라 이뤄지는 영업 활동이다. 그러나 화물이 든 컨테이너와 빈 컨테이너의 수송량·운임을 구분해야 왕복 운항의 수입 구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지원 조건을 반영한 손익 분석도 필요하다. 이번 시범운항에는 최대 40억 원 범위에서 운항손실 보조금이 지원됐고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선박금융 담보인정비율을 최대 90%까지 적용하고 금리를 우대하는 특별 금융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실제 운항 손익과 지원을 제외한 수익성을 구분해야 향후 민간 선사의 참여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
거리 단축만으로 비용 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연구도 있다. 최혜원 해군본부 연구원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발행 학술지 ‘해양정책연구’에 실은 논문에서 공개자료와 추정치를 이용해 부산∼로테르담 구간의 컨테이너당 운송비를 비교했다.
수에즈항로를 이용하는 2만TEU급 초대형선의 운송비가 TEU당 726달러인 반면,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4300TEU급 내빙선은 1128달러, 비내빙선은 1404달러로 추산됐다. 선박 규모의 제약과 보험·쇄빙 비용 등이 거리 단축의 이점을 상쇄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서로 다른 크기의 선박을 비교한 모형 분석으로, 이번 아크로호의 실제 운항비와는 구분해야 한다.
북극항로가 공급망 위기에 대응할 대체 경로라는 평가도 나온다. 성경제 LX판토스 해운마케팅팀장은 "지정학적 위기와 공급망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북극항로가 기존 해상·항공 운송을 보완하는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해수부는 이번 시범운항에서 확보한 자료와 경험을 운항 백서로 정리해 선사 지원 정책과 후속 운항 계획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추가 시범운항 확대 여부는 이번 운항 결과를 분석한 뒤 검토·확정한다. 첫 운항에서 확인한 비용과 운항 조건을 토대로 화물 확보, 적재율, 정시성을 반복 검증하는 것이 상업화의 다음 과제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