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얽힌 운명공동체"⋯가구주 빚더미면 가족들도 흔들린다

입력 2026-09-0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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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7일 '가구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 발표
가구주 연체 시엔 다른 가족 연체율 11.1%⋯평균비 10배
2·3인 가구 절반은 '빚 분산’⋯첫 대출 한 달 내 추가 차입

▲서울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지급기 (연합뉴스)
▲서울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지급기 (연합뉴스)

가구 내 여러 구성원이 빚을 나누어 진 상황에서 가장(가구주)이 채무를 갚지 못해 연체에 빠질 경우 가족 구성원들까지 연쇄 부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구주가 본격적인 연체 상태에 들어가기 수 개월 전부터 가족들의 신용점수가 하락하는 등 가계부채 리스크가 개인을 넘어 가족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는 양상이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가구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에 따르면 가구주가 연체 중인 가구에서 배우자 등 다른 가구 구성원이 함께 연체하는 ‘조건부 연체율’은 11.1%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가계의 평균 연체율(1.1%)의 10배를 웃도는 수치다.

한은이 KCB 신용정보 주소지를 바탕으로 206만 가구의 패널 데이터를 추적하는 ‘가구DB’를 구축해 분석한 결과, 가계 대출은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보다 가족 구성원 간에 쪼개져 분산·공유되는 구조가 확인됐다. 실제 둘 이상의 가구원이 동시에 대출을 보유한 비중은 2인 가구의 49.8%, 3인 가구의 66.2%에 달했다.

이처럼 가족 간에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융통받는 흐름은 단시간 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2인 가구가 대출을 보유한 사례를 보면 가구원 1명이 첫 대출을 받은 후 불과 1개월 이내에 다른 가구원이 추가 대출을 일으킨 비중이 절반(46.5%)에 육박했다. 이는 곧 주택 구입이나 전세자금 등 동일한 목적을 위해 가족들이 대출을 나눠 받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가구원들이 빚을 공유하는 구조로 대응하면서 위기 상황도 가족구성원 사이에서 번진다는 점이다. 한은이 연체 발생 전후 가구원들의 신용점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 가구주의 신용점수는 연체 6개월 전부터 급격히 하락해 100(연체 발생 1년 전)이었던 지수가 연체발생 기준 32로 급락했다. 비슷한 시점 배우자나 자녀 등 타 가구원의 신용점수도 하향세로 나타났다. 가구주가 원리금을 갚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 다른 가족들 역시 추가 차입으로 돌려막기를 시도하다가 신용도가 동반 훼손되는 흐름이다.

개인 및 가구 부채 리스크 평가 결과는 어느 소득계층이냐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대출을 보유한 개인의 LTI(연 소득 대비 대출잔액 비율)는 소득이 적은 1분위(1.5배) 가구에서 5분위(2.2배)로 갈수록 높아졌지만, 가구의 LTI는 1분위가 1.7배로 5분위(1.4배)를 웃돌며 소득이 높을수록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개인별 통계에만 의존할 경우 저소득층의 실질적인 부채 및 담보 위험이 과소평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는 소득과 소비를 공유하는 경제 공동체인 만큼 대출 역시 분산 보유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신용위험 또한 가족 간에 깊게 공유된다"며 "개인 단위의 통계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가구 내 연쇄 부실 위험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그에 따른 거시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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