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중앙 사태’가 던진 뼈아픈 질문

입력 2026-08-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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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생활문화부장
▲석유선 생활문화부장
“괜찮은 기업이 (우리 신문을) 사가야 할 텐데 그게 제일 걱정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중앙일보 선배의 한 마디였다. 3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한 그의 말에 헛헛한 마음이 커졌다. 남의 일이 아닌 탓이다.

내년이면 창간 60주년을 앞둔 중앙일보가 최근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JTBC,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에이 등 5개 계열사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데 이어 중앙일보까지 생사의 기로에 선 것이다. 직접적인 방아쇠는 대형 스포츠 중계권 투자였다. 중앙그룹은 2026~2032년 올림픽과 2026·2030년 월드컵 국내 독점 중계권에 7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지상파TV 재판매로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JTBC의 206억원 규모 차입금 상환 실패가 계열사 전반의 유동성 위기로 번지고 말았다.

문제는 중계권 투자의 성패가 아니라,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 초래한 결과란 점이다. 실제로 한국기자협회가 기자 1625명 대상으로 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6.1%는 중앙그룹 사태의 결정적 원인으로 ‘경영진의 경영 판단 및 관리 부실’을 꼽았다. 스포츠 중계권 등 ‘공격적 투자 실패’(22.1%)까지 더하면 78%가 경영진의 책임을 지목한 셈이다. 기자 66.2%는 중앙그룹과 유사한 언론계 경영 악화에 위기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중앙일보의 위기는 한 언론사의 경영 실패를 넘어, 지금 언론사 경영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고 있다.

물론 경영자도 사람인지라 실패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 중요한 것은 실패 가능성을 어디까지 계산했고, 실패했을 때 조직을 지킬 안전장치를 마련했느냐다. 중앙그룹 경영진은 중계권 재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안은 무엇이었는지, 유동성이 악화할 때 어떤 순서로 대응할지, 계열사로 위험이 전이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시나리오가 충분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7000억원이 넘는 투자가 206억원의 상환 실패에서 시작, 계열사들의 회생절차로 번진 과정은 결국 경영 판단과 리스크 관리의 문제다.

경영자의 본무(本務)는 무엇인가. 회사를 지키는 것은 물론 변화의 방향을 읽어 조직이 살아남을 길을 만드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고, 낡은 조직 구조를 바꾸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원을 재배치해야 한다.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지금까지 잘해온 사업조차 과감히 줄이거나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비용을 아끼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경영일 뿐이다. 진짜 경영은 제한된 자원으로 미래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중앙일보가 내놓은 자구계획에는 비용 절감과 부동산 매각, 디지털 유료 구독 확대 등이 담겼다. 그러나 위기의 본질이 구조적이라면 처방도 구조적이어야 한다.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모델과 조직을 만드는 일이다. 새로운 대주주가 들어온다고 해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경영자의 결단과 책임이다.

언론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한다. 이로 인해 언론사 경영은 일반 기업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요구한다. 하지만 공적 책임이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면제해주지는 않는다. 좋은 저널리즘을 지속하려면 먼저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환경이 바뀌었을 때 회사를 바꾸는 용기, 위험을 감수하되 실패에 대비하는 냉정함,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고 방향을 돌리는 결단. 이것이 경영자의 본무다. 중앙일보 사태가 언론계에 던지는 가장 뼈아픈 질문도 여기에 있다. 경영자는 회사를 오늘까지 끌고 온 사람이 아니라, 내일도 살아남게 해야 하는 사람이다. 석유선 생활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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