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들 매달 현금흐름 확보 유인
올해 서울 아파트 임대차 절반이 월세
"세 부담 임차인 전가 가능성 커져"

직장인 A 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11월 만기인 전세계약을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예상치 못한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또 다른 직장인 B 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10월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4년 전 5억원에 계약한 전세보증금을 현재 시세인 7억5000만원 수준에 맞춰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목돈 마련이 어렵다고 하자 집주인은 대신 월 100만원을 내는 방안을 제시했다. B 씨는 월세를 낼지, 다른 집을 알아봐야 할지 고민이다.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가 전세를 넘어서는 등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세 매물 부족과 대출 규제 등으로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의 보유세 강화가 집주인의 월세 전환 유인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13만5018건 가운데 월세는 6만7612건으로 50.1%를 차지했다. 전세 거래(6만7406건)를 웃돌았다.
월세가 전세를 앞서는 현상은 3월부터 두드러졌다. 1월에는 전세 1만2375건, 월세 1만1458건으로 전세가 더 많았고 2월에도 전세가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3월 월세 거래가 1만978건으로 전세(1만818건)를 넘어선 뒤 4월과 5월에도 월세 우위가 이어졌다. 6월에는 월세 비중이 55.2%까지 높아졌다.
월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 가운데 월 100만원 이상 계약은 2만8041건으로 전체의 41.5%를 차지했다. 특히 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에서는 월 100만원 이상 계약 비중이 65.7%에 달했다. 국민 평형을 포함한 중형 아파트 월세 세 건 중 두 건꼴로 매달 100만원 이상을 부담하는 셈이다.
과거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커졌던 시기에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함께 상승한 전례가 있다. 정부는 2020년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율을 과세표준 구간별 1.2~6.0%로 높였다. 종전보다 0.6~2.8%포인트 오른 수준으로, 강화된 세율은 2021년부터 적용됐다. 공시가격까지 큰 폭으로 뛰면서 집주인의 보유세 부담은 한층 커졌다. 2021년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19.89% 상승했다. 같은 해 임대차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48%, 월세는 1.65% 상승했다.
문제는 최근 전세 매물 부족과 월세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 물량이 충분하면 세입자가 다른 주택을 선택할 수 있지만,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집주인이 월세 전환이나 임대료 인상을 요구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커진다. 여기에 보유세 부담까지 늘어날 경우 집주인이 늘어난 비용의 일부를 임대료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집주인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집을 팔거나 직접 거주하거나, 비거주를 유지하면서 늘어난 세 부담을 전세·월세 가격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어떤 경우든 세입자는 임대료를 많이 올려주거나 나가야 하는 선택지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월세난이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