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엔 간판 불 끄고 무인자판기 쓸 판”...최저임금 인상에 한숨 깊은 편의점주들[르포]

입력 2026-07-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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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1만700원 최종 결정, 3년 만에 3%대 인상에 인건비 부담 ↑
편의점주들 “야간 무인화·근무 교대 축소…결국 사람 자르는 수밖에”
그늘진 대학가 편의점…법정 시급 미준수, 주·야간 1만원 미만 여전해
월급제 도입해 최저임금 피해...65세 이상 2시간 '쪼개기 알바' 만연

“솔직히 1만원을 넘긴 시점부터 매달 숨이 막혔는데, 여기서 또 오르니 이제는 사람을 쓰지 말라는 소리로밖에 안 들립니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편의점 (송석주 기자 ssp@)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편의점 (송석주 기자 ssp@)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최종 결정된 가운데 직원을 직접 고용해야 하는 편의점주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인건비 부담이 한층 커졌다.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내년도 인건비 지출 계획까지 재조정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것.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1만700원, 월급(주 40시간·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23만6300원으로 결정됐다.

편의점 알바 한 명에 월급 220만원...한달 내내 200만원 벌기도 힘든 점주

최저임금 인상이 확정된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점주 박영철(가명) 씨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박 씨는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하는 직원 한 명에게 한 달에 220만원이 넘는 돈을 줘야 하는데, 정작 한 달 내내 밤낮없이 일해 손에 쥐는 돈이 200만원도 안 되는 점주들이 수두룩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결국 야간에는 간판불을 끄고 무인자판기 운영으로 전환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200m 인근에서 또 다른 편의점을 운영하는 60대 점주 이창수(가명) 씨는 최근 야간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를 올렸다가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어 결국 주말 야간 시간대를 비워두고 본인이 직접 매장을 지키고 있다. 그는 “밤새워 물건 팔아봐야 전기세랑 인건비 내고 나면 오히려 적자라 차라리 심야 영업을 포기하고 문을 닫는 게 낫다”라며 “사람을 써서 매장을 돌릴수록 손해만 커진다”라고 하소연했다.

인건비에 임대료까지 매년 치솟는 비용 압박...결국 편의점 운영 접어

치솟는 비용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현업에서 퇴장하는 영세 점주들도 있다. 서울 강남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다 최근 매장 정리 절차를 밟은 30대 김건우(가명) 씨는 “인건비에 임대료, 관리비가 오르면서 어떨 때는 알바생보다 내 손에 쥐는 돈이 더 적었던 때도 있다”며 “퇴근도 못 한 채 사실상 가게에서 생활하다시피 버텼지만, 적자만 쌓여 결국 문을 닫았다”라고 말했다. 급격한 고정비 상승이 청년 창업가들의 자립 기반마저 무너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외식업계도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는 반응이다. 마포구에서 한식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인 최상우(가명·49) 씨는 직장인들이 모이는 점심시간에만 서빙 이모를 하루 3시간씩 고용하는데도 매달 지출되는 인건비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그는 “가뜩이나 식재료 가격에 가스비, 임대료까지 다 올라 손님 한 명 받아 남는 마진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점심 피크타임에 혼자 일할 수는 없어 딱 바쁜 시간에만 쪼개어 사람을 쓰는데도 시급이 또 오르니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인건비를 단 몇만 원이라도 아끼지 않으면 당장 가게 임대료 내기도 벅찬 것이 현실”이라며 허탈해 했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편의점 (송석주 기자 ssp@)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편의점 (송석주 기자 ssp@)

법망 벗어난 청년 노동자들, 최저임금도 제대로 못 받아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의 파고 속에서 정작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 고통받는 청년 노동자들의 현실은 더욱 참혹하다. 일부 직영점이나 번화가를 제외하면, 대학가 인근 편의점 등지에서는 올해 법정 최저임금인 1만320원조차 지켜지지 않는 ‘법외 지대’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딜레마다.

한 대학가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는 대학원생 노진철(가명·29) 씨는 현재 시급 9200원을 받고 있다. 노 씨는 “대학가 근처에 최저임금을 주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야간이라 9200원이지 주간 알바생들은 8000원대인 거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이 근처에 7500원을 주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며 대학가 편의점의 열악한 실태를 고발했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 시급이 아닌 ‘월급제’를 도입해 교묘하게 노동력을 착취하는 편의점도 존재한다. 노 씨는 “시급을 제대로 챙겨주기 싫으니까 아예 월급제로 묶어서 퉁치는 곳들이 있다”며 “하루 11시간씩 주 5일을 일하게 하면서 월급은 고작 130만 원 정도를 주는데, 시급으로 따지면 7000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편의점 10곳 중 6곳 알바생, 65세이상 노인...‘쪼개기 알바’ 늘어나

이날 기자가 서울 강서구, 마포구, 중구 일대 편의점 10곳을 둘러본 결과 오전 시간대 근무 중인 알바생들 중 6명이 65세 이상 노인들이었다. 고용주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휴수당 지급 의무가 없는 초단기 ‘쪼개기 알바’를 늘리면서 은퇴 후 생계유지를 위해 단시간 일자리를 찾는 노년층이 그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마포의 한 편의점에서 매대 정리를 하던 70대 알바생 이석구(가명) 씨는 “하루에 딱 2~3시간씩만 일할 사람을 구한다길래 용돈 벌이 할려고 나왔다”며 “솔직히 우리 같은 사람들은 최저임금을 주면 좋지만 크게 상관이 없다. 한 달에 몇십만 원이라도 손에 쥐는 게 어디냐. 그냥 고마운 마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편의점 (송석주 기자 ssp@)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편의점 (송석주 기자 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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