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간 59분 계약’ 개선 공론화할 때 [정책발언대]

입력 2026-07-10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정수환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수환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최근 주 14시간 50분, 주 14시간 55분, 심지어 주 14시간 59분짜리 구인 공고를 접하곤 한다. 이처럼 소정근로시간 주 15시간 미만의 일자리를 초단시간 노동이라 부르는데, 노동법의 대표적 사각지대로 꼽힌다.

2000년대까지도 예외적이었던 초단시간 노동은 2010년대 이후 빠르게 늘어났다. 2024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에서 월간 소정근로시간 60시간 미만 일자리의 수는 150만개를 넘어섰다.

14시간 59분짜리 계약이 나타나는 이유로는 제도적 구조가 꼽힌다. 소정근로시간 주 15시간 이상 고용하면 주휴수당·퇴직급여와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이 적용되며 시간당 비용이 최대 40%가량 급증한다. 사업주는 이러한 급격한 비용 차이를 피하고자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자를 고용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의문이 남는다. 주 15시간을 경계로 한 비용 격차는 오랫동안 존재했다. 가령 비용 격차의 가장 큰 부분을 발생시키는 주휴수당은 1950년대부터 존재했으며, 주 15시간 이상 고용하면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현 기준은 1997년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초단시간 노동의 증가는 더 최근의 일이다. 제도는 과거에 형성되었는데, 초단시간 노동은 왜 한참 후에 증가했을까?

답은 제도가 실제 지켜졌는지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과 달리, 15년 전에는 주 15시간 넘게 고용하면 주휴수당과 사회보험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알지 못하는 제도를 지키기는 어려운 법이다. 따라서 15년 전에는 15시간 넘게 일해 주휴수당과 사회보험 등을 받을 수 있는 사람 중 실제로는 받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이 상당했다. 이러한 상황은 2010년대에 비약적으로 개선됐다. 필자의 KDI 보고서에서, 월 60시간 이상 100시간 미만, 즉 주 15~20시간가량 일하며 사회보험 가입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이 실제 가입돼 있을 확률은 2012년 약 40%에서 2024년 약 80%로 2배가량 증가했다. 제도가 잘 지켜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제도가 더 잘 지켜지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이 함께 나타났다. 제도를 지키지 않았을 때는 큰 의미가 없었던 비용 차이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가 더 잘 지켜질수록 초단시간 노동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주 15시간 이상 노동자에 대한 보호망의 실질적 강화와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초단시간 노동의 증가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초단시간 노동이 증가하며 나타난 부작용은 상당하다.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속하여 보호받지 못하는 일자리가 늘어났다. 시간을 쪼개는 계약으로 사업주는 관리 부담이 늘어나고, 노동자는 보호받지 못함과 동시에 출퇴근 등의 시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커졌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특정한 시간에 다수 제도의 적용 기준이 중첩되면서 비용 격차가 과도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제도가 더 잘 지켜지면서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제도 그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검토는 현재 주 15시간에서 나타나는 과도한 비용 격차를 완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다양한 제도가 중첩돼 있기에 구체적인 정책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비용 격차의 가장 큰 부분인 주휴수당과 그 적용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현 제도를 한 번에 변화시킨다면 큰 충격이 예상되기에, 점진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며 보완책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14시간 59분짜리 계약을 없애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의 방향성과 구체적 수단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반도체 호황에…의대·반도체 계약학과 동시 지원↓ [데이터클립]
  • 은행권 전방위 가계대출 조이기⋯추가 규제 확산되나
  • 호우에 잠긴 도로·멈춘 열차…'물폭탄' 피해 현장 모습
  • 이재용·최태원, 미국서 AI 동맹 넓힌다…빅테크 CEO 연쇄 회동 주목
  • 장윤기와 경찰 아버지 [이슈크래커]
  • 홍명보, 침묵 깨고 사과⋯“청문회서 사실 그대로 말할 것” [북중미 월드컵]
  • 단독 장부가 먼저 울린 경고…건설사 4곳 중 1곳 '위험 신호'
  • AI 인프라 투자 ‘속도조절’ 신호…HBM 수요도 숨 고르기?
  • 오늘의 상승종목

  • 07.0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386,000
    • +1.49%
    • 이더리움
    • 2,609,000
    • +0.35%
    • 비트코인 캐시
    • 354,800
    • +1.2%
    • 리플
    • 1,636
    • +0.37%
    • 솔라나
    • 116,400
    • +0.78%
    • 에이다
    • 249
    • +0%
    • 트론
    • 497
    • +1.02%
    • 스텔라루멘
    • 278
    • +1.83%
    • 비트코인에스브이
    • 19,640
    • +2.13%
    • 체인링크
    • 11,580
    • +1.31%
    • 샌드박스
    • 72.44
    • +0.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