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코스닥 30주년 '화려한 잔치' 뒤 기형적 쏠림에 멍드는 K-성장주의 민낯

입력 2026-07-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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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30주년을 맞은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로의 극단적인 자금 쏠림과 펀더멘털 약화 속에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자본시장의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다.

올해로 서른 살 청년이 된 코스닥 시장의 시계가 거꾸로 흐르고 있다. 출범 30주년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시장을 감싸고 있는 온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코스피가 반도체 랠리를 타고 질주하는 사이 코스닥은 홀로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1200선을 돌파했던 호기는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이제는 800선 안착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성숙을 기대했던 코스닥 시장이 정작 자본시장 변두리로 밀려나는 역설적 풍경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냉정한 평가는 지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올해 4월 27일 장중 1229.42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던 환호는 불과 수개월 만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원화 약세의 직격탄을 맞은 탓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국내 자금 흐름의 기형적인 쏠림이다. 대형 반도체주 중심의 코스피 독주 체제가 굳어지면서 코스닥의 핵심 자금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결국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은 셈이다.

'빚투' 마저 코스닥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은 신뢰 붕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융투자협회 조사 결과 지난 6일 기준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고 37조6600억원 중 코스닥 비중은 8조987억원으로 겨우 21.5%에 그쳤다. 나머지 78.5%는 모두 코스피 차지였다.

올해 초 37.1%에 달했던 코스닥 신용 비중은 반년 만에 15.6%포인트나 급락했다. 특히 대형 반도체 종목의 단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 지난 5월 이후 이러한 쏠림 현상은 블랙홀처럼 코스닥의 유동성을 빨아들였다. 그늘에 가려진 코스닥은 철저히 메말라가고 있다.

정부와 한국거래소도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코스닥 상장사를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나누는 '승강제'를 도입하고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의 퇴출 요건을 강화하며 시장 수술대에 칼을 댔다.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에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시키겠다는 초강수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땜질 처방이 코스닥의 본질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지는 미지수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성장주 위주의 코스닥은 태생적 부담을 안고 있는 데다 코스피로 옮겨간 개인 투자자의 마음을 돌리기엔 유인책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알맹이 없는 규제 강화는 좀비 기업 솎아내기라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진정한 시장 활성화는 단순히 부실기업을 쫓아내고 제도를 쪼개는 겉 포장에 있지 않다. 투자자가 매력을 느끼고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혁신 기업들의 기초체력과 공정한 수급 환경이 전제되어야 한다. 껍데기만 요란한 30주년 잔칫상을 차린다고 해서 코스닥의 고질적인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시장의 체질 개선을 외면한 채 외형적 지표와 단기적 규제에만 매몰되어 있는 당국의 안일한 시각이다. 찬란한 미래의 태양이 뜨기도 전에 혁신의 싹을 전멸시킬 작정이 아니라면, 정부와 거래소는 이제 말뿐인 청사진을 접고 법과 제도의 낡은 빗장을 통째로 부수는 진짜 혁신의 칼을 뽑아 들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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