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홈플러스 회생 폐지가 남긴 자본의 민낯

입력 2026-07-06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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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한때 국내 유통업계를 호령하던 대형마트 체인은 사실상 청산이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됐다. 법원이 요구한 2000억원의 추가 자금 조달이라는 숙제를 두고,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마지막 순간까지 한 치의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린 결과다.

회생 폐지 결정 직후 양측이 쏟아낸 입장문은 날이 서 있었다. 메리츠는 "지난 10년간 MBK가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한 경영의 참담한 결과"라며 김병주 MBK 회장과 대주주 측의 용단을 촉구했다. 반면, MBK는 홈플러스를 통해 "현재 2000억원의 대출을 집행할 수 있는 곳은 메리츠뿐"이라고 맞섰다.

양측의 공방을 들여다보면 어느 한쪽만의 잘못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철저하게 각자의 자본 논리와 리스크 관리 원칙이 충돌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먼저, 메리츠의 입장은 철저한 ‘실리주의 채권자’의 논리다. 메리츠는 이미 대주주 연대보증을 조건으로 1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해 두며 채권자로서 성의를 표시했다는 입장이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 웃도는 한계 기업에, 대주주의 확실한 담보나 신용 보강 없이 추가로 2000억원의 리스크를 전액 짊어지라는 요구는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항변이다. 메리츠 측이 "나머지 1000억원은 MBK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MBK의 입장 역시 운용사로서의 한계를 대변한다. 기관투자자(LP)들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한 기업에 운용사가 독단적으로 자금을 무작정 쏟아부을 수는 없다. MBK 측은 메리츠가 2000억원 전액 대출을 실행해 줘야만 그중 1000억원에 대해 보증을 설 수 있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대주주로서 1000억원 규모의 리스크를 분담할 용의는 있으나, 채권자의 전폭적인 자금 대여라는 협조 없이는 독자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결국, 이들의 '치킨게임'은 자본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스크 공방의 전형이다. 채권자는 대주주의 책임 경영을 요구했고, 대주주는 채권자의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양측 모두 자사의 이익과 리스크 관리를 위해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셈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합리성이 모여 '회생 폐지'라는 최악의 사회적 공멸을 낳았다. 법원이 정한 즉시항고 기간은 단 2주다. 메리츠는 향후 절차에 협조하며 이해관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고, 노조는 양측을 향해 당장 2000억원을 투입하라며 울분을 토했다.

자본의 논리 앞에 양보를 기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벼랑 끝에 선 2주간의 시간 동안 양측이 각자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극적인 타협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아니면 끝내 굳건한 평행선을 지키며 청산의 길로 빠질지 자본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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