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최저임금 협상서 '청년'은 빼자

입력 2026-07-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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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어느덧 끝을 바라본다. 이제 노·사 모두 감성에 호소한다. 노동계는 ‘돈 없어 미용실도 못 가는 청년 노동자’를, 경영계는 ‘폐업을 걱정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내세운다. 현황·통계 등 기초자료는 더 나올 게 없다. 각자의 주장과 논리구조도 그렇다. 노·사가 기존 주장을 반복하는 건 공익위원들의 피로감만 키운다. 막바지 전략 전환은 자연스럽다.

다만 노·사의 감성팔이에 온전히 공감하기 어렵다. 노동계의 ‘청년 팔이’가 특히 그렇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청년들이 겪는 깊은 불안감과 좌절감은 대기업에 가지 못했다는 비교 우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려 할 때 진입 가능한 일자리가 도저히 인간다운 삶을 지탱해 주지 못한다는 객관적 괴리와 실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청년들에게 최저임금 인상률은 곧 본인의 소득 상승률과 직결된다”고 한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선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이 ‘매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년 노동자’ 사례를 들어 호소했다.

찬찬히 뜯어보자. 첫째, 청년들이 겪는 불안감과 좌절감은 꼭 대기업은 아닐지라도 ‘질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는 박탈감의 문제는 맞다. 대다수의 청년 구직자는 최저임금이 얼마든 그보다 높은 임금과 쾌적한 근무환경이 제공되는 일자리를 원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질 좋은 일자리가 준다. 대기업·정규직 중심 노동운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만들었고, 이 이중구조는 두 방향으로 ‘질 좋은 일자리’를 없앴다. 대기업은 노동비용을 아끼고자 정규직 신입 채용을 줄였다. 협력·하청업체 중심인 중소기업에선 길게는 십수 년째 근로조건이 정체됐다.

질 좋은 일자리 감소는 앞으로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계속고용 논의에서 노동계는 여전히 ‘임금 감소 없는’ 정년연장만 요구한다. 청년 일자리에 대해선 말로만 걱정한다.

청년들에게서 질 좋은 일자리를 빼앗고, ‘괜찮았던’ 일자리를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열악한 일자리로 만든 건 기성세대다. 연령대별로는 양대 노총과 대기업·정규직 노조에서 과거 주류였던 60대와 현재 주류인 50대다. 그래놓고 ‘진입 가능한’ 일자리 운운하며 청년들의 최저임금 일자리 취업을 ‘당연한 일’로 취급하고, 최저임금을 높이잔 건 청년에 대한 기만이다.

둘째, 최저임금 인상률이 청년들의 소득 증가율과 직결되는 건 모순적으로 ‘최저임금이 높아서’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제조업, 건설업 임금은 최저임금과 비교가 안 됐다. 일반적인 중소기업에서도 정규직 초임이 최저임금의 2배는 됐다. 숙박·음식점업, 소매업 등의 아르바이트는 학업이나 취업 준비 중 임시 일자리였을 뿐 청년들의 최종 일자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과거 임금이 높았던 산업·직업의 상대적인 임금수준이 낮아졌다. 중소기업 임금은 정규직 여부와 무관하게 최저임금 수준에 근접했다. 전반적으로 ‘차등’이 사라졌다.

과거에는 중소기업에라도 취업하면 흔히 말하는 ‘알바’보다 고임금이 보장됐지만, 지금은 알바가 더 나은 경우가 흔하다. 상당수 알바는 직장 내 위계가 없고, 직무도 단순하다. 반면, 중소기업은 규모와 무관하게 사내 직급체계와 위계질서가 있고, 직무도 복잡하다. 임금이 비슷하다면 오히려 알바가 이익이다. 최저임금을 계속 높이면 청년층의 최저임금 의존도는 더 높아진다. 핵심은 대기업·정규직 노조의 양보와 대·중소기업 간 상생으로 중소기업의 일자리 질을 높여 청년들이 제대로 된 취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청년을 위해 최저임금을 높이잔 소린 말자. 그건 어른으로서 양심과 염치, 부끄러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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