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낮 1시 10분께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경찰 협조를 받아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경기장 주변에는 기동대 25개 부대 등 경찰 2000여 명이 배치됐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의원들의 이동 경로를 막아섰고, 현장에서는 고성과 몸싸움도 벌어졌다.
국조특위 의원들은 경기장 지하로 이동해 내부에 남아 있던 투표함과 투표지, 투표록 등을 확인했다.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곳에는 투표함 약 380개, 투표지 약 247만 장, 투표록 104부, 사전투표록 27부 등이 보관돼 있었다.
의원들이 현장검증을 마치고 빠져나온 시간은 오후 1시 50분께. 시위 참가자들이 경기장 출입구를 막기 시작한 지 27일 만에 이뤄진 내부 확인이었다.
한 달 전, 이 사태의 시작은 투표소였다.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곧바로 표를 받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일시적으로 지연됐고, 마감 시간 이후에도 대기 중이던 유권자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투표 시간이 연장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당시 오후 6시 20분 기준으로 파악한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는 서울 14곳이었다. 송파구 12곳, 강남구 1곳, 광진구 1곳이었다. 특히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다.
선관위는 투표용지를 추가로 이송했다. 허철훈 당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같은 날 밤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고, 개표가 끝나는 대로 원인과 문제점을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잠시라도 투표가 멈춘 곳은 22곳으로 집계됐다.
선관위는 투표용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폐기 과정의 낭비와 보관 중 탈취 위험 등을 고려해 지역별로 선거인 수의 50% 기준만 충족하면 자체적으로 인쇄 매수를 조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별 투표소의 사전투표율과 선거일 투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부족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투표용지 부족은 곧바로 재선거 요구로 이어졌다. 그러나 선관위 판단은 달랐다. 중앙선관위는 4일 새벽 긴급회의를 열고 이번 사안이 공직선거법상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개표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을 둘러싼 대치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선관위는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투표함 이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른 투표함의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해당 투표함 이송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투표함 반출을 둘러싼 반발은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함을 이동시키는 데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시민들이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주변으로 모여들면서 논란의 무대는 투표소에서 개표소로 옮겨갔다.
5일부터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주변에서는 봉쇄 시위가 본격화됐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손팻말을 들고 재선거와 선관위 해체 등을 요구했다. 현장에는 ‘재선거’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등장했고, 일부 참가자들은 투표용지 부족이 선거 절차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핸드볼경기장은 선거 사무를 위해 선관위가 대여한 시설이다. 운영 주체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다. 봉쇄가 길어지면서 경기장 운영과 체육단체 업무에도 영향이 발생했다.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는 경기장 업무 정상화를 요구했고, 문화체육관광부도 선관위에 투표함 반출을 요청하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16일에는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경기장 진입 시도가 무산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등이 현장에 있었고, 한 여성이 경기장 문을 붙잡고 약 2시간가량 통행을 막으면서 진입이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은 현장 경찰관 폭행 등 공무집행방해 행위와 체육단체 진입 방해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현장 대응은 강제 해산보다 인파 관리와 안전 유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핸드볼경기장 앞은 시간이 갈수록 집회장을 넘어 장기 농성장에 가까운 형태가 됐다. 참가자들은 출입구 주변에 머물렀고, 자원봉사자들은 물과 간식, 물품 정리를 맡았다. 현장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 규명과 재선거 요구가 반복됐다.

보수 성향 청년단체 ‘BOSS 홍대’는 6월 20일 홍대입구역 8번과 9번 출구 사이 도보에서 재선거 요구 집회를 열었다.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는 초기에는 2030세대가 주축이 돼 태극기를 들고 ‘재선거’ 구호를 외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후 주중에는 고령층 비중이 높아졌고, 일부 청년층은 홍대입구역 일대로 자리를 옮겼다.
홍대 집회 참가자들은 ‘부정선거’ 주장보다 ‘재선거’ 요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BOSS 홍대 측은 투표지가 없어 투표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재선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정 진영보다 좌우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재선거 주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실에서는 봉쇄가 이어졌고, 홍대에서는 주말 집회가 진행됐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투표소의 행정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개표소 봉쇄와 청년층 집회로 확산했다.
그리고 7월 2일,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움직였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의원들의 진입에 반발했다. 현장에서는 ‘부정선거’ 구호와 고성이 이어졌다. 경찰 배치 속에 국조특위 의원들은 경기장 내부로 들어갔고, 약 40분간 보관 물품을 확인한 뒤 밖으로 나왔다.
개표소 안에 남아 있던 투표함과 투표지 등은 송파구 선관위 청사로 옮겨져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시위 참가자들이 선관위 청사 앞으로 이동해 시위를 이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찰과 관계 기관은 현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 당일 투표 지연에서 시작됐다. 이후 선관위 사과, 재선거 여부 논란, 잠실 개표소 봉쇄, 홍대 재선거 집회, 국회 국정조사특위 현장검증으로 이어졌다.
현재 남은 쟁점은 투표용지 부족의 정확한 원인, 선관위 대응의 적정성, 개표 관련 물품의 반출과 보관, 현장 봉쇄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 여부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