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1세대 게임사 위메이드가 9200억원 규모의 메가딜을 통해 중국계 자본에 넘어갔다. 업계는 이번 매각이 과거 텐센트가 주도하던 단순한 ‘콘텐츠 확보용 지분 투자’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한다.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주요 기술ㆍ금융 생태계와 긴밀히 얽힌 거대 투자 플랫폼이 전면에 나서면서 타깃이 ‘게임 지식재산권(IP)’을 넘어 블록체인, AI, 간편 결제 등을 아우르는 ‘차세대 디지털 생태계’ 전체로 확장됐다는 분석이다. K-게임이 중국 거대 빅테크의 플랫폼 하청 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1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전날 박관호 의장이 보유한 위메이드 지분 전량(1335만738주, 지분율 39.33%)을 네오펄스에 주당 6만8910원, 총 9200억원에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네오펄스는 중국 알리바바 계열으로 홍콩 소재 투자운용사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투자 플랫폼 기업이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 및 주요 중국 게임 기업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가진 투자 창구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도 위메이드의 구주 거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딜을 ‘차이나 머니 2.0’ 시대의 서막으로 분석한다. 그동안 한국 게임업계에 침투한 차이나 머니의 대표 주자는 텐센트였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약 14%), 넷마블(약 17%), 시프트업(약 34%) 등 국내 대장주들의 2~3대 주주로 포진하며, 한국의 우수한 개발력과 IP를 자국 및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의 소프트웨어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철저한 수익 분배와 콘텐츠 파트너십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네오펄스의 위메이드 경영권 완전 인수는 접근 자체가 다르다. 알리바바 생태계는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인프라뿐만 아니라 알리페이로 대표되는 막강한 핀테크 융합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즉 이들이 위메이드를 통째로 삼킨 이유는 단지 ‘미르의 전설’이라는 고전 IP의 현금 창출력 때문만이 아니라 ‘차세대 인프라 통합 인수’의 목적이 짙다는 분석이다. 위메이드가 선도적으로 구축해 온 블록체인 기반의 경제 시스템 위믹스와 고도화된 AI 기술력을 자사의 거대한 디지털 금융 플랫폼에 이식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위메이드는 한국 게임사 중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생태계 전환에 가장 공격적으로 베팅했던 기업이다. 네오펄스가 현재 주가 대비 3배 이상의 엄청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92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지불한 것은 향후 글로벌 산업의 룰을 바꿀 AI 혁신과 블록체인 경제의 뼈대를 통째로 가져가겠다는 치밀한 계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는 여전히 경직된 규제와 시장 침체로 블록체인과 게임, 핀테크의 융합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틈을 타 막대한 자본력을 지닌 중국계 플랫폼이 역외 모회사를 둔 국내 법인을 앞세워 규제를 피하고 확장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제 국내 게임업계는 IP를 제공하던 업체를 넘어 차세대 디지털 경제 인프라까지 고스란히 내어주는 형국에 놓였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단일 기업의 지분 매각을 넘어 국가 차원의 거시적 경제 안보 위기로 바라봐야 할 시점”이라며 “게임 산업을 넘어 핀테크, AI, 블록체인 등 미래 먹거리로 번지는 중국의 생태계 포식에 맞서 산업 경쟁력을 지키고 자본 종속을 방어할 범정부 차원의 구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