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부채도 76배 많아⋯소득에 따라 건강 격차 커져

서울에서 월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는 스스로 건강하지 않다고 평가한 비율이 고소득 가구보다 33배 높았다. 의료비 때문에 빚을 졌다는 응답도 76배 차이를 보였다. 자산·소득 격차가 건강 격차로, 나아가 다시 의료비 부채로 이어지는 '빈곤의 악순환'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29일 서울시가 시민의 식생활과 건강 상태를 조사한 '먹거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월평균 가구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 중 건강 상태를 ‘나쁨’으로 평가한 비율은 23.7%로 7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에서 같은 응답을 한 비율(0.7%)보다 약 33배 높았다.
또한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의 건강 평균 점수(10점 만점)는 5.5점에 그친 반면 700만원 이상 가구는 7.34점으로 1.84점 차이를 보였다. 스스로 건강이 좋다고 응답한 비율(좋음+매우 좋음)도 200만원 미만에서는 35.2%에 그쳤지만 700만원 이상에서는 78.9%로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소득 구간이 올라갈수록 건강 평균 점수도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200만원 미만에서 바로 위 소득 구간으로 넘어갔을 때 건강 점수가 1.1점 상승해 저소득층 구간에서 소득 증가에 따른 건강 개선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의료비 부담에서도 빈부 차이가 컸다.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빚을 낸 이유로 의료비를 꼽은 비율은 200만원 미만 가구에서 7.6%에 달해 600만원 이상 가구(0.1%)보다 76배 차이를 보였다. 특히 200만원 미만 가구의 의료비 부채 비율은 2024년 9.4%까지 치솟기도 했다.
더 심각한 점은 이런 건강 빈부격차가 조사가 시작된 2022년 이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 최상위와 최하위 간 건강 점수 격차는 2022년 2.05점에서 2023년 2.25점, 2024년 2.57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도 1.84점의 차이를 보여 여전히 큰 격차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이 질병에 더 취약할 뿐 아니라 치료비 부담으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서 건강 악화와 경제적 어려움이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정순둘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건강 빈부격차는) 계속되는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저소득층은 건강을 챙길 여유도 없고 건강과 관련돼서 지출해야 될 비용이 부족한 문제가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소득층은) 동시에 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을 챙길만한 시간적인 여유도 많지 않다”며 “건강검진이나 진료를 받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