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쏘회동 뒤…젠슨 황 'AI 선물' 계산법은?

입력 2026-06-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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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진행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저녁식사 회동 현장 모습. 최 회장, 황 CEO,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기획본부장,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정재헌 SK텔레콤 CEO, 김주선 SK하이닉스 AI Infra담당, 정석근 SK텔레콤 AI CIC장 겸 CTO 등이 참석했다. (사진=SK수펙스추구협의회)
▲7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진행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저녁식사 회동 현장 모습. 최 회장, 황 CEO,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기획본부장,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정재헌 SK텔레콤 CEO, 김주선 SK하이닉스 AI Infra담당, 정석근 SK텔레콤 AI CIC장 겸 CTO 등이 참석했다. (사진=SK수펙스추구협의회)

방한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 “4개의 새로운 사업”을 가져왔다고 밝힌 데 대해, 한국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전략과 폭넓게 맞물려 있지만 동시에 엔비디아 생태계에 과도하게 종속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8일 MBC 라디오 표준FM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황 CEO가 언급한 4개 사업에 대해 AI 칩, CPU, AI PC 플랫폼, 피지컬 AI용 슈퍼컴퓨터로 정리했다.

허 교수는 첫 번째 사업으로 최신형 AI 칩인 ‘베라 루빈’을 꼽았다. 그는 “첫 번째로는 AI에 들어가는 칩이 있다”며 “‘베라 루빈’이라고 하는 것, 이건 최신형이고 내년에 새 버전이 나올 건데 이거 얘기하는 게 첫 번째”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엔비디아의 CPU 직접 개발 구상이라고 했다. 허 교수는 GPU와 CPU의 관계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며 “GPU는 청취자분들 생각하실 때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고 CPU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그동안 CPU를 인텔이나 AMD 같은 기업에 의존해 왔다며 “CPU하고 GPU 사이, 자기들이 만든 GPU랑 그 앞단에서 사 오는 CPU 사이에서 뭔가 속도도 불만족스럽고 이런 게 있다”고 짚었다.

그는 “그래서 이걸 엔비디아가 CPU를 직접 개발하겠다. 그래서 풀스택으로 CPU랑 GPU를 한 번에 가겠다. 이게 두 번째 CPU 얘기”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사업으로는 개별 PC에서 AI를 구동하는 플랫폼을 들었다. 허 교수는 현재 AI 서비스가 데이터센터와 통신하며 작동하는 구조라고 설명한 뒤 “그러지 말고 AI의 경험을 개별 PC에다가 집어넣어 버리자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PC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잘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것에 ‘RTX 스파크’라고 하는 노트북 플랫폼이 있다”고 했다.

네 번째는 피지컬 AI용 슈퍼컴퓨터다. 허 교수는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며 “데이터센터랑 혹시 교신하다가 교신 끊기면 순간 판단 잘못하면 사고 나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지컬 AI 자체에다가 슈퍼컴퓨터 AI를 넣는 겁니다. 이걸 ‘젯슨 토르’라고 하는데 이것까지 4개”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이들 사업이 모두 한국 기업과 연결된다고 봤다. 그는 “한국이 이 네 가지가 다 관계가 있다”며 칩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의 HBM 경쟁력을 언급했다. CPU와 GPU를 결합한 풀스택 전략에 대해서는 네이버, 삼성SDS, LG CNS 등 국내 클라우드·IT 서비스 기업들이 수요자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삼쏘 회동’에서 네이버 이해진 회장께서 간 것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보고 있다”며 “로봇이나 이런 거 최근에 현대에서도 많이 하고 또 LG에서도 굉장히 많이 최근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마디로 바꿔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들을 한 나라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나라가 아마 한국 아닐까라는 생각도 일부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한국 기업의 장기 먹거리로만 이어질지는 기대와 우려를 함께 제시했다. 허 교수는 엔비디아가 관련 사업에서 주도권을 쥐고 한국 기업들이 장기계약 등을 맺는다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반도체 사업의 변동성을 언급하며 “그 변동성 자체를 좀 줄일 수 있고 기업들이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엔비디아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허 교수는 “엔비디아의 생태계 안에 그냥 포섭이 돼버리면 일종의 수요독점이라고 하죠”라며 “우리나라 물건들을 주요 IT품목들이나 AI 관련된 품목들을 사갈 기업이 엔비디아로 딱 확정이 돼버리면 오히려 우리는 엔비디아가 굉장히 돈을 많이 버는데 거기에 비해서 우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돈을 못 벌지는 않겠지만 엔비디아에 포섭돼서 그 생태계 안에서 갇혀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 시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 시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엔비디아 입장에서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로 떠오른 배경에 대해서는 중국, 대만, 미국의 한계를 함께 거론했다. 허 교수는 중국에 대해 미국의 규제와 첨단산업 분야의 디커플링 흐름 때문에 “좀 위험할 수 있겠다. 혹은 중국은 약간 비현실적일 수 있겠다”고 했다.

대만에 대해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TSMC 의존도를 지적했다. 그는 “대만 같은 경우는 워낙 지정학적 리스크도 크고 그렇지 않아도 TSMC에 대한 의존도가 엔비디아가 굉장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제조 기반이 부족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이 같은 조건을 종합해 “기술력이라든가 안정성이라든가 지정학적 리스크 측면 여러 가지 봤을 때 한국이 거의 유일한 대안 아닐까라고 보는 부분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황 CEO가 국내 주요 인사들과 이른바 ‘삼쏘 회동’, ‘치맥 회동’ 등 친근한 행보를 이어가는 데 대해서는 한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관리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허 교수는 “표정 관리를 하면서도 한국과 친근함을 유지하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엔비디아가 일반 소비재처럼 브랜드가 직접 노출되는 기업은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허 교수는 “엔비디아 같은 경우는 안에 들어가는 부품이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엔비디아 제품이 들어가는지 잘 모르잖아요”라며 “어떻게 보면 기업의 이미지 구축 전략도 저는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CEO의 친근한 이미지가 “엔비디아의 이미지 관리”와도 관련이 있다고 봤다.

한국 기업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엔비디아와의 협력뿐 아니라 다른 선택지도 함께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교수는 “엔비디아랑 같이 연합을 구축해서 안정적으로 나가는 것도 좋지만 또 한편으로는 저희가 미국의 다른 기업들과 더 좋은 기회가 있을 수 있는 것들도 언제나 생각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황 CEO가 한국 정부와의 접점도 중요하게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한국 정부가 국가 AI 관련 정책을 주도적으로 밀고 있다며 “이번에 배경훈 장관 만나고 가는 것도 단순히 정보통신 관련 장관을 만나고 간다기보다는 한국의 AI인프라 사업, AI사업들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 또 한 번 확약받고 확인하고 가고 싶은 마음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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