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즈베레프, 프랑스오픈 정상

입력 2026-06-08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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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메이저 무관 탈출…롤랑가로스 악몽의 코트에서 쓴 해피엔딩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플라비오 코볼리를 꺾고 우승한 뒤 쿠프 데 무스케테르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EPA/연합뉴스)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플라비오 코볼리를 꺾고 우승한 뒤 쿠프 데 무스케테르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EPA/연합뉴스)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가 오랜 기다림 끝에 생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품었다. 세 차례 메이저 결승에서 고배를 마셨고, 같은 코트에서 큰 부상까지 겪었던 그는 롤랑가로스에서 마침내 ‘메이저 무관’ 꼬리표를 떼어냈다.

즈베레프는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 필리프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 2026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플라비오 코볼리를 3-2(6-1 4-6 6-4 6-7<5-7> 6-1)로 꺾고 우승했다.

경기 시간은 4시간 16분이었다. 즈베레프는 1세트를 압도적으로 가져오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코볼리의 반격에 2세트를 내줬다. 3세트를 다시 가져오며 우승에 다가서는 듯했으나 4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밀리며 승부는 마지막 5세트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세트에서는 즈베레프가 다시 흐름을 장악했다. 그는 초반부터 코볼리의 서브 게임을 흔들며 주도권을 가져왔고, 두 차례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4세트 막판 흔들렸던 분위기를 빠르게 끊어낸 즈베레프는 5세트를 6-1로 마무리하며 자신의 첫 메이저 우승을 확정했다.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플라비오 코볼리를 꺾고 우승한 뒤 쿠프 데 무스케테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플라비오 코볼리를 꺾고 우승한 뒤 쿠프 데 무스케테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우승은 즈베레프의 네 번째 그랜드슬램 결승 도전 끝에 나온 첫 정상 등극이다. 그는 2020년 US오픈 결승에서 도미니크 팀에게 패했고 2024년 프랑스오픈 결승에서는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2-1로 앞서고도 역전패했다. 지난해 호주오픈 결승에서도 야닉 시너(이탈리아)에게 우승을 내줬다.

그동안 즈베레프에게는 ‘메이저 타이틀이 없는 최고의 선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투어 무대에서 정상급 기량을 인정받았지만, 그랜드슬램 결승에서는 번번이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프랑스오픈에서는 네 번째 결승에서 끝내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긴 기다림을 끝냈다.

독일 테니스에도 의미 있는 기록이 됐다. 독일 남자 선수가 그랜드슬램 단식에서 우승한 것은 1996년 보리스 베커 이후 처음이다.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에서는 89년 만에 나온 독일 선수 우승이기도 하다.

즈베레프는 자신의 41번째 그랜드슬램 본선 출전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단식에서 첫 메이저 우승까지 더 많은 본선 출전을 치른 선수는 2001년 윔블던 우승자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뿐이다. 롤랑가로스에서는 11번째 출전 만에 정상에 올랐는데, 파리에서 첫 우승까지 더 오래 걸린 남자 선수는 12번째 출전 만에 우승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있다.

필리프 샤트리에 코트는 즈베레프에게 상처와 좌절의 기억이 남아 있던 장소다. 그는 2022년 프랑스오픈 준결승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을 상대로 경기하던 중 발목을 심하게 다쳤다. 당시 즈베레프는 코트 위에 쓰러졌고, 이후 장기간 재활을 거쳐야 했다.

2024년에는 같은 코트에서 또 다른 아픔을 겪었다. 알카라스와의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세트스코어 2-1로 앞서며 우승에 가까워졌지만, 끝내 역전패했다. 이번 결승 4세트 타이브레이크를 내주며 승부가 5세트로 이어졌을 때 과거의 기억이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즈베레프는 마지막 세트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2020년 US오픈 결승, 2024년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놓쳤던 기회를 이번에는 끝까지 붙잡았다.

즈베레프는 우승 뒤 필리프 샤트리에 코트가 자신에게 갖는 의미를 먼저 꺼냈다. 그는 “이 코트는 여러 면에서 내게 정말 특별하다”며 “이곳에서 내 인생 최고의 순간도 있었고, 최악의 순간도 있었다”고 말했다. 2022년 나달과의 준결승 도중 큰 부상을 당했던 장면도 직접 떠올렸다. 그는 “4년 전 이 코트 한쪽에 누워 있었다. 인대 7개가 끊어지고 뼈 두 곳이 부러졌었다”고 했다.

아픔은 부상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즈베레프는 2년 전 같은 장소에서 프랑스오픈 결승을 내줬던 기억도 언급했다. 그는 “2년 전에는 이곳에서 그랜드슬램 결승을 졌다”며 “하지만 이제 마침내 행복한 결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2주 내내 관중이 나를 밀어주는 것처럼 느꼈다”며 홈 코트 못지않은 응원에 고마움을 전했다.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필리프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플라비오 코볼리를 꺾고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필리프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플라비오 코볼리를 꺾고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자회견에서는 첫 메이저 우승이 앞으로의 자신감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즈베레프는 “이번 트로피는 내게 정말 중요하다”며 “만약 이번에도 졌다면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승했기 때문에 다시 해낼 수 있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결승 무대에서 느끼는 부담도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즈베레프는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나는 그랜드슬램 챔피언이고, 누구도 그 사실을 빼앗을 수 없다”며 “앞으로 결승을 치를 때도 마음이 조금 더 차분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롤랑가로스에서 겪은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다만 그 상처 위에 이번 우승이라는 더 큰 기억이 놓였다는 의미였다. 즈베레프는 “그 기억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번 우승의 기억이 그 모든 것을 넘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코볼리에게도 이번 대회는 의미 있는 무대였다. 그는 이번 프랑스오픈에서 생애 첫 그랜드슬램 결승에 올랐고 대회 뒤 세계랭킹 톱10 진입을 예약했다. 앞서 4번 시드 펠릭스 오제알리아심(캐나다)을 꺾었고 준결승에서는 같은 이탈리아 선수 마테오 아르날디의 기권으로 결승에 올랐다.

코볼리는 이탈리아 남자 선수로는 아드리아노 파나타, 야닉 시너에 이어 그랜드슬램 단식 우승에 도전했지만, 마지막 한 세트를 넘지 못했다.

준우승 뒤 코볼리는 즈베레프를 향해 “누가 이 타이틀을 가장 받을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항상 당신이라고 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당신과 코트를 함께한 것은 영광이었다”며 “당신이 행복해서 나도 기쁘지만, 가까이 갔기 때문에 슬프기도 하다. 이제 당신이 꿈을 이뤘으니 다음번에는 내가 이기게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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