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 8년 만 탈환…영남 구도 균열
서울은 강남 부동산 표심에 막혀 내줘
강남 3구 보수 쏠림은 2002년 이후 최대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2곳을 휩쓸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에 대한 중간평가에서 민심은 '안정론'에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대 승부처 서울은 강남권의 부동산 표심에 막혀 국민의힘에 내줬으나 반대로 보수 텃밭이던 부산·울산을 8년 만에 탈환했다. 수도를 잃고 영남을 얻은 '뒤집힌 지도'를 두고 정부가 내건 지방 주도 성장이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과 함께 서울 부동산 민심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받아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수도권과 강원·충청·제주 등 광역 단체장 선거 12곳에서 이겼고, 국민의힘은 서울과 대구·경북·경남 등 4곳을 지켰다. 최대 승부처 서울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당선인이 정원오 민주당 후보에게 막판 대역전승하며 '5선 서울시장'에 올랐다. 부산에서는 전재수 민주당 당선인이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눌렀다. 경기지사 추미애·인천시장 박찬대 당선인 등 나머지 수도권도 여당이 가져갔다.

서울시장 선거의 결과는 표심 이탈이 아니라 강남 결집에서 비롯됐다. 이투데이가 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서울 전체로 보면 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4년 전 39.2%(송영길)에서 이번 48.1%(정원오)로 9%포인트(p)가량 올랐고, 오 당선자의 득표율은 같은 기간 59.1%에서 49.2%로 약 10%p 빠졌다. 민주당은 더 많은 표를 얻고도 약 5만3000표 차로 졌다. 표심이 여당에서 돌아선 것이 아니라 서울 선거가 박빙까지 좁혀졌다는 뜻이다.
판을 가른 강남의 쏠림은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정 후보가 25개 자치구 중 15곳에서 앞섰지만 오 당선자는 강남(67.4%)·서초(64.7%)·송파(54.8%)에서 얻은 몰표로 표차를 뒤집었다. 강남3구의 보수 득표율과 서울 전체의 격차는 12.0%p로 강남·서초·송파가 지금처럼 분리 집계된 2002년 지방선거 이후 가장 컸다. 오 당선인에 대한 전체 득표율이 4년간 줄어드는 동안에도 강남의 결집은 오히려 단단해진 것이다.
강남 결집의 배경에는 부동산 정책이 있다는 진단이 잇따른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기대만큼 (민주당) 표가 안 나온 것은 부동산 때문"이라며 "강남·서초·용산 등 자산 핵심지에서 재산을 지키겠다는 경제적 심리가 강하게 작동했다"고 봤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정책이 강남층을 자극한 결과로 오 당선인이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짚었다. 패배를 정 후보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시각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 너무 기대, 토론도 피하는 등 수동적이었다”는 분석과 "처음 나온 서울시장 후보가 조직·인지도가 높기 어려운데 이 정도면 선방”이라는 엇갈린 평이 나왔다.

지형이 흔들린 곳은 영남이었다. 민주당이 부산시장을 되찾은 것은 2018년 오거돈 시장 이후 처음으로 선거 전까지 부산·울산 모두 국민의힘 우세로 분류됐다. 울산도 김상욱 민주당 당선인이 가져갔다. 다만 경남에서는 박완수 국민의힘 당선인이 김경수 민주당 후보를 약 2.57%포인트(P) 차로 방어하면서 민주당의 PK 완전 석권은 무산됐다. 보수 심장부 대구에서도 추경호 국민의힘 당선인이 김부겸 민주당 후보에게 신승하는 데 그쳤다.
영남의 균열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와 직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 교수는 "정부가 내건 지역 균형 발전은 수도권을 뺀 지방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번에 사실상 부산·울산을 가져왔다"며 "경남까지 따라올 가능성이 있어 지방 주도 성장 구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수도권 거점을 여당이 직접 쥐면서 중앙정부의 정책을 지방정부가 곧바로 받아 추진하는 연계 기반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