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에 다짐했던 굳은 결심들이 무색하게도 어느덧 한 해의 절반이자 뜨거운 여름을 앞둔 시점이 찾아왔다.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계획을 점검해보지만 머릿속 생각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 지속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 방향을 잃고 막막해하는 이들이 많은 이때, 고등학생 시절 적은 인생 설계도 한 장으로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새로 쓴 인물이 눈길을 끈다. 바로 현역 최고의 야구 스타이자 LA 다저스 소속의 오타니 쇼헤이다. 야구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50홈런과 50도루를 동시에 달성하고 최초의 만장일치 MVP 수상 등 기적 같은 행보를 이어가는 그의 뒤에는 고교 시절부터 품고 다녔던 성공의 비밀 노트인 '만다라트 계획표'가 있었다.

만다라트라는 단어는 불교나 힌두교에서 우주의 진리를 그림으로 표현할 때 사용하는 용어인 만다라와 예술을 뜻하는 아트를 조합한 합성어이다. 일본의 디자이너이자 경영 컨설턴트로 알려진 이마이즈미 히로아키가 불교 미술의 특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고안한 사고 정리 도구로 알려져 있다.
현대의 만다라트는 복잡한 생각을 정돈하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삶에 강력한 추진력을 주는 도구로 재탄생했다. 작성법은 크게 핵심 목표 설정, 8가지 세부 목표 구성, 실행 방안 작성의 3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가로와 세로 세 칸씩 총 9개로 이루어진 사각형의 정중앙에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핵심 목표를 적은 뒤, 이를 둘러싼 주변의 8개 칸에 핵심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세부 요소를 채워 넣는다. 그리고 이 8가지 세부 목표를 다시 각각의 중심에 두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주변 8개 칸에 확장하여 적는 방식으로, 결과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꿈을 이루기 위한 총 64개의 구체적인 실천 행동이 도출되는 치밀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오타니가 작성한 만다라트 계획표의 한가운데에는 8개 구단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이라는 거대한 최종 목표가 자리 잡고 있었다. 고등학생 오타니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제구, 구위, 몸 만들기, 스피드 160km/h, 변화구 등 야구 선수로서 발전해야 하는 압도적인 기술적 영역들을 세부 목표로 설정했다.
하지만 정작 대중을 감탄하게 만든 대목은 그가 야구 외적인 요소인 멘탈, 인간성, 그리고 운을 당당히 세부 목표의 핵심 축으로 포함시켰다는 점에 있다. 운동선수라면 그저 운동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일반적인 편견에서 벗어나 오타니는 성공을 단순히 타고난 실력이나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 통제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올바른 습관과 인성의 결합으로 바라봤다.
특히 그는 운을 좋아지게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인사하기, 쓰레기 줍기, 부실 장비 소중히 다루기, 심판을 대하는 태도 예의 바르게 하기 등을 적어 내려갔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경기장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묵묵히 주워 주머니에 넣는 오타니의 모습은 카메라에 포착되곤 하는데, 그는 이에 대해 타인이 무심코 버린 운을 줍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또한 절대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기르기 위해 일희일비하지 않기나 마음의 파도 만들지 않기처럼 자신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하나하나 구체화했다. 야구 선수 오타니 이전에 사람 오타니로서 도덕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고 인성과 태도를 가꾸는 것이 결국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임을 고등학생 때 이미 깊이 통찰했던 셈이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오타니의 만다라트를 보고 오타니의 야구보다 이 드림 보드가 더 인상적이라며 놀라워했다. 일본과 메이저리그를 무대로 모두 정상을 경험한 전설적인 홈런 타자 마쓰이 히데키 역시 자신은 고교 시절 이런 목표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솔직하게 감탄했다. 위대한 거장들이 입을 모아 주목한 본질은 오타니가 이뤄낸 업적의 화려함이 아닌 그 안에 적힌 사소한 지침들을 수년 동안 지속해 온 오타니의 실천력에 있었다.
오타니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묻는 인터뷰에서 언제나 담담하게 인생이 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꿈이 인생을 만드는 것이라는 확고한 철학을 밝혀왔다. 그는 자신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미래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당장 눈앞에 주어진 일들을 해나가는 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매 순간 자신의 삶에서 옳다고 느껴지는 행동을 즉시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현실을 만들어낸 진짜 무기였다는 뜻이다.
한 해의 절반을 통과하며 새로운 추진력이 필요한 지금, 오타니의 행보는 우리에게 막연한 동경이나 허황된 상상에 그치지 않고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나만의 인생 설계도를 적어 내려가며 행동으로 꿈을 증명해내는 삶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