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들은 지갑을 닫았지만, 자산가들은 백화점으로 향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 8000선 돌파를 앞둔 가운데 지수 상승의 온기가 경제 전반보다 백화점과 같은 사치재 섹터에 집중되는 'K양극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마감기준 코스피 유통 지수는 최근 한 달 새(4월 15일~5월 15일) 31.19% 급등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은 63.59% 상승한 17만5700원, 신세계는 55.07% 오른 53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백화점(45.69%)과 한화갤러리아(38.30%)도 동반 강세를 보이며 백화점주 전반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 주도주의 급등세가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 달간 SK하이닉스가 83.42% 상승한 197만원, 삼성전자는 40.28% 오른 29만6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삼전닉스' 종목 보유자들의 자산 가치가 큰 폭으로 불어났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부유층의 수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며 "이렇게 형성된 자금이 일반 내수 소비보다는 백화점 명품, 고가 자동차 등 프리미엄 채널로 우선 전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주요 백화점 상장사들은 올해 1분기 일제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신세계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49% 늘어난 1978억원, 롯데쇼핑은 70.6% 급증한 2528억원이라고 공시했다. 현대백화점과 한화갤러리아 역시 소비 심리 개선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냈다.
이에 증권가는 백화점주에 대한 눈높이를 일제히 높이고 있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13개 증권사는 신세계의 목표주가를 최고 66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롯데쇼핑에 대해서도 12개 증권사가 목표가를 18만~22만원선으로 상향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강세장의 과실이 자산가 계층과 사치재에만 집중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자산 증식이 서민 경제의 내수로 이어지기보다 백화점 명품관 등 사치재 시장 매출 급증으로만 귀결되는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1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물가 상승으로 소비심리 위축되고 있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9.2로, 1년 만에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하회하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전달 대비 낙폭은 7.8포인트(p)로, 2024년 12월 계엄 사태 이후 최대 수준이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형적인 K자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며 "사치재 채널 성장성은 견고해지고 있고, 필수소비재는 오히려 하락 중"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하위계층의 소비 여력은 축소되고, 자산을 활용해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 상위계층 소비 여력은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