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진입 조건으로 규제 명확성 강조…ETF·스테이블코인 성장 사례 제시
바이낸스, 3자 계약·컴플라이언스 투자 앞세워 한국 기관 시장 진입 대비

캐서린 첸 바이낸스 기관 부문 총괄은 14일 서울 서초구 에피소드강남262에서 열린 '제4회 바이낸스 블록체인 스터디(BBS)'에서 기관 진입을 위한 규제 명확성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첸 총괄은 JP모건과 모건스탠리 등 전통 금융권에서 16년간 파생상품 및 구조화 상품 전문가로 활동한 뒤 2021년 바이낸스에 합류했다.
국내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한국 규제 당국이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도한 규제가 시장 위축과 자본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제도 설계 과정에서 산업 성장과 투자자 보호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러한 기대의 배경에는 글로벌 거래소로서 전 세계 규제 당국과 협력해 온 바이낸스의 경험이 자리한다. 첸 총괄은 "바이낸스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규제 당국과 긴밀히 대화하며 협업한다"며 "글로벌 경험상 그 어떤 국가의 규제 당국도 일방적으로 법을 제정해 통보하지 않으며, 입법 과정에서는 당국과 시장 참여자 간 쌍방향 소통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규제가 정립되는 과정에서도 시장 주요 거래소로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첸 총괄은 현재 한국은 규제 제약으로 법인과 상장사의 가상자산 직접 투자가 제한된 상태지만, 기관들의 투자 수요는 이미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기관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전부터 가상자산과 가장 밀접한 주식인 스트래티지를 우회 투자처로 삼아 프리미엄까지 형성하며 포지션을 구축해 왔다”고 진단했다.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보유량 기준 세계 최대 가상자산 재무 전략(DAT) 기업이다.
기관 자금의 본격적인 유입을 위해서는 오히려 명확한 규제 필요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와 달리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규제 명확성 없이 선뜻 움직이기 어렵다”며 “규제가 전혀 없는 환경보다 명확한 프레임워크가 존재하는 편이 기관 진입에 더 낫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규모 기관 진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중이다. 결정적 분기점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약 600억달러의 운용자산(AUM)을 달성한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다. 크립토 지갑(월렛) 생성이나 프라이빗 키 관리 등 복잡한 진입 장벽에 막혔던 기관들이 ETF라는 친숙하고 구체화한 수단을 통해 본격적인 자산 배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이 단순한 투기 대상을 넘어 실용성을 입증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첸 총괄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프랭클린 템플턴 등이 출시한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규모는 2~3년 전 2억달러 수준에서 현재 각각 20억달러를 넘어설 만큼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기존 시스템보다 효율적인 결제 수단으로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첸 총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유통량은 지난 5년간 10배 증가했는데, 미국 지니어스 법안과 유럽 미카(MiCA), 홍콩 등 주요국 규제 정비가 비자, 마스터카드 등 주요 금융사의 채택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대형 기관은 가상자산 시장 진입 시 거래소의 유동성뿐 아니라 자산 보관, 리스크 관리, 규제 준수 역량을 함께 검토한다. 이에 따라 바이낸스도 기관 고객 유치를 위해 컴플라이언스와 보안 인프라를 강화했다. 바이낸스는 2023년 이후 컴플라이언스에만 2억130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금융서비스규제청(FSRA)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전통 금융사 수준의 SOC 1·2 감사와 ISO 27001 인증을 통과했다.
또한, 기존 가상자산 거래의 한계로 꼽히던 사전 예치(Pre-fund)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3자 계약(Tri-party) 구조도 도입했다. 고객이 자금을 거래소가 아닌 신뢰 가능한 기존 수탁 은행에 보관하면, 바이낸스가 가상 증거금을 발행해 온체인 거래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통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기준에 맞춘 솔루션이라는 설명이다.
첸 총괄은 “향후 한국의 규제 환경이 우호적으로 발전한다면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에게 제공 중인 3자 계약 등 다양한 상품과 솔루션을 한국 시장에도 즉시 제공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 현지 기관들의 가상자산 도입률을 높이고 인프라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