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오판으로 오점
중앙은행 독립성 수호로 높은 평가

블룸버그통신은 파월 의장의 유산은 중앙은행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충돌한 순간에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올해 초 미국 법무부가 연준 청사 리모델링 비용 문제를 이유로 소환장을 발부하자 이례적으로 대국민 영상 메시지까지 내며 공개적인 반격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해당 영상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중앙은행을 이끈 8년간의 롤러코스터 같은 여정을 정의하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초반부터 파월을 “너무 느린 사람(Too Late)”, “멍청이(Numbskull)”라고 비난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한때는 해임 가능성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연준 청사 리모델링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불어났다는 점을 문제 삼으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특히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이 공사 현장을 함께 방문해 비용 문제를 두고 즉석에서 설전을 벌이는 장면은 ‘백악관 vs 연준’ 갈등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파월 체제의 최대 시험대는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2020년 미국 경제가 사실상 멈춰 서자 연준은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고 대규모 유동성 공급 등을 동원했다. 파월 의장은 의회에 직접 재정 확대를 촉구하며 “지금은 미국의 막대한 재정 능력을 사용할 때”라고 강조했다. 당시 연준과 정부의 초대형 부양책은 미국의 경제 붕괴를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준 역사학계의 권위자인 피터 콘티-브라운은 “파월 의장에게 진정한 시련의 순간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였으며 이후 지난해와 올해 트럼프 행정부가 중앙은행 독립성을 전면적으로 공격했을 때였다”며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만으로도 그는 역사에 확실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남긴 상처도 컸다. 파월 의장은 팬데믹 이후 초기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묘사했다. 물가 상승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공급 차질에 기인한 것으로 어차피 통화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이에 대응해서도 안 된다는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사고방식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으면서 파월 의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전 핌코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연준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장과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결국 ‘트럼프와의 전쟁’이다. 트럼프 행정부 두 임기 동안 재무부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마이클 폴켄더는 “연준 의장들은 대개 인플레이션 대응 실적으로 평가받아 왔다. 보통이라면 파월 의장은 상당히 부진한 실적을 남기고 물러났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는 연준을 수호했다는 대중의 인식 덕분에 역사적으로 칭송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