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 칼 빼자 임차농 불안…정부, 구두 임대차 손본다

입력 2026-05-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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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5월 18일~7월 31일 특별 정비기간 운영
서면계약·농지은행 위탁 유도…일방 해지 땐 신고센터 접수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전국 농지 전수조사를 앞두고 농촌 현장의 구두 임대차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투기성 농지와 불법 임대차를 가려내겠다는 조사 취지는 분명하지만, 서면계약 없이 농사를 짓는 임차농은 지주가 농지를 회수할 경우 경작 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전수조사 본격화에 앞서 구두계약을 서면계약이나 농지은행 위탁으로 전환하고, 일방적 계약해지에 대응하는 신고센터를 가동해 임차농 보호 장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부터 7월 31일까지 농지 임대차 정상화를 위한 특별 정비기간을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정비기간은 구두 임대차계약을 맺어온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면계약을 체결해 농지 소재지 관할 읍·면 사무소 등에 신고하거나,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을 통해 임대위탁하도록 유도하는 절차다. 농지 전수조사 본격화에 앞서 제도권 밖에 있던 임대차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취지다.

농지 임대차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농지법상 예외 사유에 해당하면 개인 간 임대차나 농지은행 위탁이 가능하다. 1996년 1월 1일 이전 취득 농지, 1ha 이하 상속·이농 농지, 60세 이상이 5년 이상 자경한 농지 등이 대표적이다.

개인 간 임대차계약은 서면으로 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계약 뒤 농지 소재지 관할 읍·면장 등의 확인을 받으면 임차인은 제3자 대항력을 갖는다. 농지 소유자가 바뀌더라도 임대차 관계를 주장할 수 있고, 최소 임대차 기간도 3년 이상으로 명확해진다. 다년생식물 재배지는 5년 이상이다.

반대로 임대차계약 체결 후 60일 안에 농지대장 변경 신청을 하지 않으면 농지 소유자나 임차인은 3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1ha를 초과하는 상속농지는 농지은행에 위탁하지 않으면 소유할 수 없다.

▲특별 정비기간 관련 홍보 이미지 (자료제공=농림축산식품부)
▲특별 정비기간 관련 홍보 이미지 (자료제공=농림축산식품부)

정부가 임대차 정비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8월부터 본격화하는 농지 전수조사가 있다. 올해 조사는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 약 115만ha가 우선 대상이다. 5~7월 행정정보와 위성사진, 인공지능(AI) 분석 등을 통해 실제 경작 여부를 확인하고, 8월부터는 수도권과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투기 위험이 큰 농지를 중심으로 현장조사를 벌인다.

집행 수단도 강화됐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농지법 개정안에는 조사원의 토지 출입 근거와 불법 임대차 신고포상금 지급 근거가 담겼다. 농지법 위반 농지에 대해서는 기존 지방정부 재량이던 처분명령을 의무 규정으로 바꾸고, 특수관계인에게 농지를 넘겨 규제를 피하는 행위도 제한한다.

다만 강한 단속이 곧바로 농지 이용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농지 임대차가 법적으로 제한돼 있어도 실제 농촌에서는 임차농이 생산을 떠받치는 구조가 이미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주가 전수조사를 피하려고 구두계약을 해지하거나 농지를 회수하면 실제 농사를 짓던 임차농이 먼저 피해를 볼 수 있다.

농식품부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임차농 보호 신고센터를 운영한다. 임차농은 5월 18일부터 농지공간포털 온라인 신고센터를 통해 일방적 계약해지를 신고할 수 있다. 오프라인 신고센터는 6월 1일부터 운영된다. 신고가 접수된 농지는 8월 이후 전수조사 심층조사 대상으로 분류하고, 계약이 해지된 임차농에게는 농지은행에 임대위탁된 농지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김기환 농식품부 농지과장은 “특별 정비기간이 음성적인 구두 임대차계약이 제도권 내로 유입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임차인은 자신의 법적 권리를 보다 명확하게 보장받고, 임대인은 농지 전수조사 전 합법적 임대차를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계에서는 전수조사가 투기성 농지를 가려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농의 경작 기반까지 흔들지 않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두계약 상태의 임차농이 조사 과정에서 경작지를 잃는 일이 없도록 신고센터 접수 농지를 심층조사로 연계하고, 농지은행 위탁농지를 우선 공급하는 후속 조치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가 관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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