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제언] 농가를 무너뜨리는 것은 ‘비용 폭등’

입력 2026-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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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비에 잠식된 농업, 보조금으로 버티는 구조의 한계

농가 소득이 줄었다고 말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농가의 문제는 ‘덜 벌어서’가 아니다. 지금 농업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벌어들인 돈이 아니라, 그 돈을 잠식하는 비용의 구조다.

2024년 기준 농가의 연평균 농업소득은 958만 원. 불과 3년 전과 비교해 26% 넘게 감소했다. 농업소득은 단순한 매출이 아니다. 자재비, 인건비, 각종 경비를 제외하고 남는 ‘순수익’이다. 즉, 농업의 실제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문제는 이 순수익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가 생산이 줄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2022년을 보면 그 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당시 농업 총수입은 약 7% 감소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원재료비는 10% 이상 상승했고, 그 결과 농가의 실제 소득은 26% 이상 급감했다.

이것은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다. 농업이 ‘비용 구조에 의해 붕괴되는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이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3년에는 농업노무비와 경비가 각각 8.2%, 13% 상승했고, 2024년에도 인건비와 경비 상승은 계속됐다. 문제는 이 비용들이 대부분 ‘고정비’에 가깝다는 점이다. 한 번 올라간 비용은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결국 농가는 매년 같은 일을 하면서도 더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이 구조 속에서 농업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필연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이다. 농가가 소득 감소를 버티는 방식이다. 농업소득이 줄어드는 동안 이전소득, 즉 정부 보조금과 지원금은 꾸준히 증가했다. 2021년 1481만 원이던 이전소득은 2024년 1824만 원으로 23% 이상 늘어났다. 이제 농가의 생존은 ‘농사’가 아니라 ‘보조금’에 의해 유지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 구조는 단기적으로는 안전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농업의 자립 기반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생산을 통해 버는 돈이 줄고, 지원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농업은 점점 산업이 아니라 ‘지원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 구조가 농업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는 점이다.

열심히 일해도 남는 것이 없다. 비용은 계속 오르고, 수익은 줄어드는 구조에서는 어떤 혁신도 지속되기 어렵다. 결국 지금의 농업 위기는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 구조의 실패’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해법 역시 단순히 보조금 확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낮추는 정책이다. 자재비 안정화, 공동구매 시스템 확대, 에너지 비용 절감, 농기계 효율화, 그리고 무엇보다 생산자가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유통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비용은 시장에 맡기고 소득만 정부가 보전하는 방식으로는 농업의 체질을 바꿀 수 없다.

농가는 지금도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그 생산이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업이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원이 아니라 ‘남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농가는 계속 일하면서도 가난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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