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사태로 인한 운송 불확실성이 유가를 자극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최대 1.6%포인트(p)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다만 유류세 인하 등 정부 정책이 충격을 완화하는 방어막 역할을 하면서 실제 물가는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발표한 현안 분석 보고서에서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 상황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 급등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원유 운송의 물리적 차단 우려가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우리 경제는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그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KDI는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이 커지면 일반적인 상황보다 국내 석유류 가격에 미치는 충격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운송 불안이 정제 기업들의 예비적 재고 확보를 유발해 가격을 과도하게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마창석 KDI 연구위원은 "글로벌 정제사들이 석유를 미리 보유하려는 성향이 짙어지면서 수요가 몰려 가격이 급등했고, 이것이 전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로 전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10%p 상승할 때 운송 불안이 겹치면 국내 석유류 가격은 2.69%p 상승해 일반적인 요인(2.00%p)보다 상승 폭이 30% 이상 높았다.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충격 역시 일반 상황(0.11%p)보다 약 2배 큰 0.20%p에 달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통상 유가 영향이 적은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까지 흔들고 있다. 유가 충격이 초기에는 소비자물가를 즉각 끌어올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스며들어 근원물가를 장기간 밀어 올리는 '지속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KDI는 고유가 장기화 시 유가 상승의 파급 효과가 2027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유가 흐름에 따른 시나리오별 물가 기여도도 제시됐다. 유가가 100달러 선에서 완만하게 하락하는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물가 상승 기여도가 올해 1.2%p, 내년 0.9%p로 예측됐다. 반면 배럴당 105달러 선이 유지되는 '고유가 장기화 시나리오'에서는 기여도가 올해 1.6%p, 내년 1.8%p까지 치솟으며 고물가 고통이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정부의 정책 대응은 유가 충격을 줄이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마 위원은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를 기록했지만, 만약 석유최고가격제 등 정부 정책이 없었다면 물가는 3% 중반대까지도 치솟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DI 역시 정부 대책이 소비자물가뿐 아니라 근원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중동 전쟁의 양상이 매우 불확실한 만큼 향후 물가 흐름에도 상당한 변수가 존재한다"며 "국제유가 상승 원인에 따라 물가 영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해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