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안정 넘어 ‘프리미엄 계약’ 확산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함께 메모리 업계의 장기공급계약(LTA) 중심 거래 구조가 더욱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공급사 우위 흐름이 이어져온 가운데, 최근에는 고객사들이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프리미엄까지 감수하며 다년 계약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 계약 확대에 속도를 내며 공급 주도권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AI 관련 수요 증가에 대응해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공급계약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대형 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CSP)와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확대 과정에서 메모리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장기 계약 수요 역시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LTA와 관련해 “주요 고객사들은 AI 관련 미래 수요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중장기 물량 확보를 요청하고 있다”며 “공급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년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고객사와는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년공급계약은 기존 단기 공급 계약과 달리 상당한 구속력을 가진다”며 “투자 규모와 기술 난이도, 캐파 운영 리스크가 과거 대비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사업 안정성과 가시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삼성전자가 메모리 3사 가운데 가장 우호적인 조건으로 LTA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AI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객사들이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우선시하면서 가격 협상력 역시 공급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LTA 계약이 갖는 가격 상승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계약 가격 프리미엄을 높이는 한편, 잔여 물량 부족 현상을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주요 CSP들과 가격 및 선불 지급 방식을 핵심 협의 사항으로 하는 3~5년 단위 물량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AI 서버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메모리 업체들이 장기 계약을 통해 생산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LTA 확대가 메모리 업체들의 수익성과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 물량과 가격 가시성이 높아질수록 실적 변동성이 완화되고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같은 현상은 현재 다른 테크 기업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인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고, 추가적인 주가 리레이팅(재평가)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