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탈모 치료 시장을 차세대 혁신신약(First-in-class) 격전지로 키우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온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기반의 ‘호르몬 억제’ 방식에서 벗어나 ‘리보핵산(RNA) 간섭’(RNAi), 줄기세포, 세포치료, 재생·역노화 기술 등을 활용한 차세대 치료 전략이 빠르게 부상하는 분위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탈모 치료제 개발은 단순히 탈모 진행을 늦추는 수준을 넘어 실제 모낭 재생과 발모 효과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기존 경구 치료제의 성기능 저하, 우울감, 장기 복용 부담 등이 한계로 지적되면서 두피 국소 부위에 직접 작용하는 외용제와 저빈도 투여 기반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가장 앞선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JW중외제약이다. 회사는 최근 탈모치료제 후보물질 ‘JW0061’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고 본격적인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JW중외제약에 따르면 JW0061은 모낭 줄기세포에 발현되는 GFRA1 수용체를 타깃하는 바르는 외용제 형태의 혁신신약 후보물질이다. 기존 치료제와 달리 모발 성장 신호전달 경로를 직접 활성화하는 기전이 특징이다. 현재 JW중외제약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중국·호주·브라질 등 주요 국가에서 물질 특허 등록도 마쳤다.
전임상 데이터도 주목받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인간 피부 오가노이드 시험에서 기존 표준 치료제 대비 높은 수준의 모낭 생성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물모델에서도 발모 효능 개선 결과를 확보한 상태다.
올릭스는 RNAi 플랫폼 기반 탈모 치료제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회사의 ‘OLX104C’는 안드로겐성 탈모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인 안드로겐 수용체(AR) 발현 자체를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현재 호주에서 1b·2a상 임상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 첫 환자 투여를 시작했다. 회사는 월 1회 수준의 저빈도 투여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기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억제제 대비 호르몬 관련 부작용 우려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장기지속형 플랫폼을 활용한 탈모 치료제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인벤티지랩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탈모 치료제 ‘IVL3001’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호주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월 1회 투여하는 장기지속형 제형의 특성상 복약 순응도와 편의성을 높여 기존 치료제 대비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는 원형탈모증 치료제 ‘NXC736’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NXC736은 스핑고신-1-포스페이트 수용체 1&4를 타깃하는 선택적 길항제이며 현재 임상 2상 단계다. 앞서 NXC736은 2024년 6월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이 주관하는 국산신약개발과제로 선정된 바 있다.
세포치료제 분야에서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에피바이오텍은 동종 모유두세포 기반 탈모 치료제 ‘EPI-008’을 개발 중이다. 최근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는 핵심 배양 기술 특허를 확보했으며 연내 IND 제출을 추진하고 있다.
프롬바이오는 지방유래 줄기세포(ADSC) 기반 탈모 치료제 ‘FB2207ST’를 개발하고 있다. 반복투여 독성시험을 완료했고 임상시험용 제조 준비에도 착수했다. 회사는 2027년 임상 진입을 목표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재생·역노화 기술을 접목한 접근도 등장했다. 로킷헬스케어는 노화된 모낭 미세환경을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역노화’ 기반 탈모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인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체 적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 시장 역시 여전히 탄탄하다. 라온파마는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기반 제품군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 치료제 시장 위에 차세대 치료제가 추가되면서 전체 시장 저변 자체가 확대되는 구조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탈모증 치료 시장은 2032년 161억180만달러(약 23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외모 관리 수요가 높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기전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가장 먼저 상업화에 성공하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