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마이마이] 악뮤의 꽃이 핀다

입력 2026-04-30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K팝의 특징 중 하나는 무국적성이다. 가사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한국어 가사를 배제하고 가사의 내러티브를 벗어난다. 이를 통해 역으로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낸다. K팝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이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을 활용하는 이유다.

악뮤는 이런 경향에서 벗어난 팀이다. 오랫동안 와이지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활동했음에도, 그들은 한국어 가사를 우선적으로 활용했을 뿐 아니라 K팝 시대 이전 한국 대중음악 가사의 미덕을 십분 끌어안았었다.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할 수 있어’ 같은 노래는, 한국어 가사가 한국인들의 마음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를 아름답게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2014년 데뷔 이래 그들은 공백기를 가진 적이 없다. 외부의 도움없이 남매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 밴드였음을 생각하면 대단한 부지런함이다. 늘 양질의 음악을 만들고 훌륭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메인스트림 음악 산업이 제조업처럼 철저히 분업 시스템화된 현실에서, 악뮤는 그래서 저평가된 팀으로 볼 수 있다. 상업적 인기가 예술적 진가를 가렸었다는 얘기다.

4집 ‘개화’는 7년 만의 정규 앨범이자, 악뮤라는 팀의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는 앨범이다. 그 기간동안 이찬혁의 입대와 전역, 와이지 엔터테인먼트와의 결별이 있었다. 지난해 발매한 이찬혁 솔로 2집 ‘에로스’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앨범을 받으며 음악적 성과를 증명하기도 했다. 이찬혁은 ‘개화’에서도 자신의 물오른 창작력을 아낌없이 선보인다.

이 앨범에서 악뮤는 컨트리와 1950년대 팝, 심지어 블루스 같은 대중음악의 고전적 장르를 내세웠다. 위켄드같은 1980년대 신스팝을 기반으로 하되, 가스펠을 융화했던 ‘에로스’에 이은 행보다. 이를 단순히 복고라고 규정하면 크나큰 실례다. 컨트리의 리듬과 형식을 차용하되 장르의 문법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들의 멜로디를 얹어 소화하는 것이다. 새롭되 이질적이지 않다. 국내 뮤지션 중 이런 융화력을 보여준 팀은 검정치마 정도다.

‘개화’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축은 2000년대 한국 인디 록이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의 최소 편성으로 멜로디 중심의 록에 문학적 가사를 얹어 지금은 홍대앞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서정적 아름다움의 극치를 전달한다.

타이틀 곡인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 같은 곡이 그렇다. 가장 원초적인 단어를 나열하여 지은 제목은 한 편의 에세이 같은 가사가 된다. 유미주의적 멜로디는 가사의 힘을 음악적으로 승화한다. K팝이 탈의미적 가사와 맥시멀한 사운드를 통해 본능적 판타지를 자극한다면, 악뮤는 한국어만이 건드릴 수 있는 한국인의 보편적 감정을 음악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그래서 ‘개화’는 K팝의 욕망에서 벗어난 앨범이다. K팝이 외면하고 있는, ‘가요’의 지평을 넓혔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음악이 뮤직비디오의 보조적 수단이 된 시대, 인간의 뇌에서 시각보다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청각에 호소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열곡 남짓한 노래 모음집을 넘어, 하나의 콘셉트하에 만들어진 노래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앨범의 가치를 완성한다. 듣고 느낌으로서 동경이 아닌 상상과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귀한 작품이다. 그 정도의 지위에서, 이 정도의 성과를, 오롯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떠오르지 않는다. ‘개화’는 악뮤의 새 레이블 ‘영감의 샘터’의 첫 자산이다. 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개화’는 충분히 답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사모펀드 품에 안긴 저가커피 브랜드, 배당·본사마진 지속 확대…가맹점주 수익은 뒷전
  • “제가 진상 엄마인가요?” [해시태그]
  • 음식점 반려동물 동반 출입 허용됐지만…긍정 인식은 '부족' [데이터클립]
  • 삼전·SK하닉 신고가 행진에도⋯"슈퍼사이클 아니라 가격 효과"
  • "이런 건 처음 본다" 경악까지⋯'돌싱N모솔', 연프 판 흔들까 [엔터로그]
  • OPEC 흔들리자 유가 예측도 흔들…韓 기업들 ‘변동성 리스크’ 비상
  • "달리면 최고 연 7% 쏩니다"…은행권 '운동 적금' 러시
  • 오픈AI 성장 둔화 우려 제기⋯AI 투자 열기 다시 시험대
  • 오늘의 상승종목

  • 04.2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3,803,000
    • +0.27%
    • 이더리움
    • 3,382,000
    • -0.59%
    • 비트코인 캐시
    • 670,000
    • -0.15%
    • 리플
    • 2,051
    • -0.15%
    • 솔라나
    • 124,400
    • -0.08%
    • 에이다
    • 366
    • -0.54%
    • 트론
    • 485
    • +1.04%
    • 스텔라루멘
    • 240
    • -0.83%
    • 비트코인에스브이
    • 23,650
    • +2.47%
    • 체인링크
    • 13,640
    • -0.8%
    • 샌드박스
    • 109
    • -5.2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