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삼전 노조’ 파업 압박이 안타까운 이유

입력 2026-04-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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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성과급 잔치에 직장인 박탈감
최대실적 도요타 노조는 인상 자제
경쟁력 키울 상생 노동운동 아쉬워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가 매년 사상 최대 수익을 내고도 노동조합 요구로 임금동결을 이어가던 2007년 일본 노동조합총연합(連合·렌고)를 방문해 그 이유를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많은 대기업 노조들이 높은 임금인상률을 제시하며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이던 때여서 도요타 노조의 임금동결 요구 배경이 무척 궁금했던 터였다.

당시 만난 렌고 간부는 그 배경으로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도요타 직원들의 처우는 풍족하기에 다른 노동자와의 격차와 사회적 위화감 등을 고려해 동결을 요구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도요타 노조는 기업별 노조지만 노동자들의 연대와 격차 등을 감안해 임금인상을 자제했다는 얘기다.

도요타는 그 이후에도 임금동결 행진을 계속해오다 아베 정권 때 추진한 경기부양책(아베노믹스)에 맞춰 2014년에야 기본급 대비 0.8%인 월 2700엔을 올렸고 이후에도 약간씩의 임금을 인상했을 뿐이다. 이익이 적어서가 아니다. 도요타는 2014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5배 늘어난 1조2200억엔을 기록했을 정도로 꽤 좋았다. 이후 도요타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내걸고 기업에 3%대 임금 인상을 촉구한 기시다 정부의 정책에 부응해 임금인상 폭을 다소 높였지만 과도한 임금인상은 없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높은 성과급 지급 논란으로 직장인들이 허탈감에 빠져 있다. 임금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은 물론 임금이 비교적 높은 대기업, 공기업, 연구원 등에서도 고액 성과급 지급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노조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높은 성과급 결정에 자극 받아 더 많은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존에 있던 성과급 상한선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기로 노조와 약속한 상태다. 이 회사 직원들은 올해 1인당 7억원 안팎의 성과급 지급이 예상되고 내년 성과급은 더 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노조의 성과 독점 결정은 곧바로 삼성전자 노조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노조는 연봉의 50%인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 즉 45조원을 성과급으로 내놓으라고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주주 배당금에 사용된 11조1000억원의 4배, 연구개발(R&D)에 투자한 37조7000억원보다 많다. 이렇게 될 경우 직원 1인당 성과급은 평균 최대 7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회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노조는 5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회사는 노조 측에 국내 1위 실적을 거두면 영업 이익의 10% 이상을 재원으로 사용하고 메모리사업부에 경쟁사 이상의 성과급을 보장하는 안을 제안했다. 1인당 5억4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노조는 이 액수가 적다며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내놓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가 정당한 보상 차원에서 당연하다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은 제 잇속만 챙기려는 집단적 이기주의 행태로 바라본다. 도요타처럼 임금동결 또는 자제는 못할망정 이렇게 많은 성과급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게 정상적 노동운동인가. 삼성전자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과정에서도 산업별이 아닌 기업별 노조이기에 하청 또는 다른 기업들의 임금수준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는 사회적 위화감이나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외면한 채 내 배만 불리겠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과도한 성과급 지급은 인재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노조 주장은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회사 발전을 이끄는 핵심 기술인력이나 S급 인재라면 몰라도 모든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성과급을 높게 책정하는 것은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의 감소로 이어져 회사의 성장동력을 갉아먹을 뿐이다. 회사 실적은 직원들의 피와 땀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자본을 댄 주주와 임직원, 협력사, 지역사회 등이 함께 협력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용수와 도로, 전기, 토지 등 기반시설을 공급해주고 지원해준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 역시 호실적의 밑바탕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 행사에만 신경쓸 게 아니라 전체 노동자와의 연대, 국가경쟁력 강화, 기업의 미래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상생의 노동운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회사도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과감히 나서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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