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기 보장 축소·병원비 편차에 시장 정체…농식품부, 연령별 상품 개발 추진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이를 덜어줄 펫보험 시장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병원비 부담 탓에 보험에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가입 단계에서는 높은 보험료와 노령 반려동물에 대한 가입 제한, 갱신 거절 우려에 가로막히고 있다. 병원마다 들쭉날쭉한 진료비 체계까지 겹치면서 펫보험이 필요할수록 오히려 가입은 더 어려워지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가장 부담을 크게 느끼는 지출 항목 중 하나는 치료비와 검진비 등 의료비다. 실제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2024년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평균 치료비는 146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78만7000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9배 수준으로 늘었다.
보험에 대한 인식은 이미 상당히 높다. 같은 조사에서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91.7%는 펫보험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가입 가구 비율은 12.8%에 그쳤다.
다만 업계에서는 보험사의 유효 계약 등을 기준으로 한 실제 시장 가입률은 올해 1~3%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스웨덴이 40%대, 일본과 영국이 20%대인 점과 비교하면 국내 시장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이 펫보험 가입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는 보험료 부담과 갱신 불안이 꼽힌다. 특히 의료비 지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노령기에 보장 범위가 축소되거나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지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체감 효용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일부 보험사는 최근 가입 가능 연령을 10세까지 넓히고 보장 항목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지난달 수술 당일 의료비를 최대 500만원, 연간 최대 4000만원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내놨다.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도 올해 들어 MRI·CT 검사비와 항암 치료 보장을 각각 강화했다.
다만 상품 개선만으로 시장 확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려동물 병원비 자체가 지역과 병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전국 동물병원 3950곳의 진료비를 조사한 결과, 초진료는 지역별로 1000원에서 6만1000원까지 최대 61배 차이를 보였다. 초음파 등 영상검사 비용도 최대 32.5배 격차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진료비 투명성 강화에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소비자 부담을 낮추고 펫보험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공익형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과 진료비 정보 공개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 개선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시각차는 여전하다. 수의업계는 획일적인 가격 기준이 의료 자율성을 해치고 현실적인 비용 구조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는 진료비 변동성과 불투명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보험료 인하나 보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공익형 모델도 도입하고 있다. 강남구는 이달부터 ‘유기동물 안심보험’ 지원 사업을 시행했고, 참여 보험사는 유기동물 한 마리당 16만원 상당의 1년 보험료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수의업계와 보험업계, 반려가족 등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보험업계와 협의를 거쳐 연령별 상품 체계 등을 고려한 펫보험 상품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