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 사이클 업고 1분기 2193억달러 사상 최대…월별 추월 이어져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 고지를 밟으며 경쟁국인 일본을 턱밑까지 맹추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은 폭발적인 성장세와 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취약한 일본의 산업 구조가 맞물리면서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7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연간 수출 실적에서 일본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5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호조세를 보이며 7093억3000만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1995년 1000억달러를 시작으로 2004년 2000억달러, 2011년 5000억달러, 2018년 6000억달러를 차례로 돌파한 지 7년 만에 거둔 역사적 쾌거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6번째로 수출 7000억달러를 달성한 무역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주요국 대비 압도적이고 빠른 성장 속도를 증명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일본과의 격차도 역대 최소 수준으로 좁혀졌다. 2011년 8226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오랜 기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일본은 지난해 7383억4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양국의 연간 수출 격차는 불과 290억10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월간 흐름을 살펴보면 역전의 징후는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하반기 누적 수출액 기준 한국은 3746억5000만달러, 일본은 3782억5000만달러로 격차가 크게 줄었으며, 5월과 8월, 9월, 12월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한국의 월간 수출액이 일본을 상회하며 일찌감치 역전의 신호탄을 쐈다.
한국 수출의 무서운 상승세를 이끄는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반도체 초호황이 올해까지 이어지며 매월 수출 신기록을 견인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수출은 2193억 달러를 기록,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1월 수출액은 658억5000만달러로 일본(586억3000만달러)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이어 2월에도 일본을 앞섰고, 3월에는 단숨에 861억 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700억달러 단계를 건너뛰고 사상 첫 '월간 800억달러'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일본의 3월 수출액이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으나 한국이 유례없는 실적을 낸 점을 고려할 때 3월 역시 일본을 가뿐히 상회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에 수출이 더욱 탄력을 받는 통상적인 흐름을 고려할 때 올해 정부의 수출 목표치인 7400억달러를 넘어 2년 연속 사상 최대치 경신도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 분야는 여러 변수가 존재하지만,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현재의 긍정적인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다만,장기화하고 있는 중동 전쟁과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은 여전한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유가 상승이 이어지고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는 등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무역 업계는 올해를 한일 수출 역전의 완벽한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그 이유로 양국 간 에너지 수급 구조의 차이를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일본은 전체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약 70% 수준인 한국에 비해 중동 사태에 훨씬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더욱이 고유가 여파로 일본 수출의 기둥 격인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하는 반면, 한국은 주력인 반도체가 폭발적인 글로벌 수요를 등에 업고 거침없는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