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BTS 공연이 남긴 과제 ‘포용’

입력 2026-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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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한국외대 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한국영화학회장

세계인 공감한 자생적 문화 ‘한류’
공공·상업, 문화·기술 긴장 속 공존
단면 보지 말고 복잡성 끌어안아야

BTS의 복귀 공연은 많은 것을 남겼다. 광화문광장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무대가 되었다. 광화문이라는 역사의 문을 배경으로 삼아 거대한 현대의 문을 형상화한 무대는 여러 상징을 담아냈다.

전통을 이어받되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는 곧게 뻗은 광장을 관통했다. 아리랑을 끼워 넣은 멜로디는 한국과 세계의 연대를 보여주는 표지였다. 서울의 중심에서 이뤄진 공연을 넷플릭스가 생중계한 과정을 지켜보니 한국, 전통, 세계, 융합, 미래와 같은 말이 떠올랐다. 하나의 공연이 이토록 많은 층위의 의미를 동시에 발신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다.

기대는 컸다. 26만 명이 모인다고 했다. 왕의 길로 돌아오는 귀환의 무대라고 했다. 광화문광장을 축으로 약 1km가 거대한 공연장이 된다며 들썩였다.

공연이 끝나자, 논란이 터졌다. 광화문광장이 누구 것이냐고 되묻고 있다. 서울시는 4만8000여 명, 하이브는 10만4000여 명을 각각 추산했다. 예상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는 ‘실패론’이 쏟아졌다. 공연 전날까지 ‘역사적 귀환’을 외치던 이들이 이튿날에는 “광장을 사유화했다”라며 돌변했다. 바로 이 지점에 우리가 한류와 K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의 모순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모순은 BTS뿐만 아니라 한류와 K콘텐츠가 안고 있는 구조적 복잡성에서 비롯한다. 서로 다른 가치가 한류와 K콘텐츠 안에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첫째, 공공주의와 상업주의의 충돌이다.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공간이다. 촛불이 빛을 발하고 함성이 울려 퍼졌던 광장에 특정 기업의 아이콘이 무대를 세웠다며, 이는 공공재의 사유화 아니냐는 비판이 일어났다. 그러나 BTS 공연이 도심 상권을 살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도시브랜드를 높인다는 반론도 맞는 말이다. 광장을 시민의 소유라고만 규정할 것인가, 도시의 자원으로도 간주할 것인가. 어느 한쪽만이 진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둘째, 국가주의와 세계주의의 충돌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번 공연을 ‘K컬처 국가 브랜딩’의 일환으로 지원했다.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자부심을 드높이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BTS의 팬덤 ‘아미’는 국적과 언어를 가로지르는 세계 시민의 공동체다. 한류를 국가의 소프트파워 도구로 호명하는 순간, 한류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은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할 위험이 발생한다.

한류와 K콘텐츠는 국가가 기획한 수출품이 아니라 세계인의 정서가 공명한 자생적 현상이다. 그 자생성을 국가의 기획이 잠식하게 되면 한류의 뿌리가 위태로워진다.

셋째, 문화주의와 기술주의의 충돌이다. BTS의 공연은 넷플릭스 생중계라는 형태로 전 세계에 동시 송출되었다. 플랫폼 기술이 없었다면 광화문의 감동은 광장 반경 1km 안에 머물렀을 것이다.

기술은 문화의 도달 범위를 무한히 확장한다는 점에서 한류와 K콘텐츠의 강력한 동반자다. 그러나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은 콘텐츠를 알고리즘으로 분류하고, 시청 데이터로 환산하며, 소비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문화적 경험은 클릭 수와 시청률로 측정되고, 공연의 의미는 데이터 언어로 치환된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이들이 느낀 감격과 넷플릭스 앞에 앉은 시청자가 경험하는 콘텐츠 사이에는 좁히기 어려운 격차가 있다. 그러므로 기술이 문화를 전달하는 도구인지, 문화가 기술을 위한 콘텐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경계가 흐려질수록 한류가 가진 고유한 질감은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한류와 K콘텐츠가 기술 플랫폼을 도구로 쓰되 거기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기술이 문화를 위해 존재하는 이유를 다시 물어야 한다.

우리는 이렇듯 복잡하게 뒤얽힌 한류를 보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류는 ‘한’과 ‘류’가 공존하는 현상이다. ‘한’은 내부적·고정적·생산적·국가적·지역적 의미를 만들어 낸다. ‘류’는 외부적·유동적·향유적·초국적·세계적 의미를 만들어 낸다. 한국은 한류의 근거지이지만, 흐름이 없는 한류는 없다. 한류는 세계를 향해 흘러야만 지속될 수 있다. 공공과 상업, 국가와 세계, 문화와 기술이라는 긴장은 한류와 K콘텐츠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한쪽만이 진리라고 강변해서는 안 된다. 논란이 터질 때마다 한쪽 편을 들며 사안을 단순화하려는 충동을 경계해야 한다. 동시에 한류와 K콘텐츠의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BTS의 귀환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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