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년 전 석파정 시간을 새긴 해시계…앙부일구, 문화유산이 되다

입력 2026-03-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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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석대 흔적과 맞아떨어진 박물관 소장 유물…경기도 유형문화유산 지정
Y자형 삼족 구조·정교한 은입사 기법 갖춰…과학기술사·공예사 가치 주목

▲경기도 유형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립농업박물관 소장 유물 '양부일구' (사진제공=국립농업박물관)
▲경기도 유형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립농업박물관 소장 유물 '양부일구' (사진제공=국립농업박물관)

조선 후기 석파정에 놓여 시간을 알리던 해시계가 160여 년 만에 경기도 문화유산이 됐다. 단순히 오래된 해시계가 아니라 실제 설치 장소의 흔적까지 확인된 유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선의 과학기술과 공예 수준, 공간의 기억을 함께 품은 앙부일구가 박물관 소장품을 넘어 지역 문화유산으로 다시 자리매김했다.

28일 국립농업박물관에 따르면 지난 20일 소장 유물인 ‘앙부일구(仰釜日晷)’가 경기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앙부일구는 세종대왕 시기 처음 제작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시계다. 세종 때 제작된 원형은 전해지지 않지만, 조선 후기 제작본 약 10여 점이 남아 있으며 이 가운데 5점은 이미 국가 문화유산인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번에 지정된 국립농업박물관 소장 앙부일구는 기본 구조는 전통 양식을 따르면서도 형태와 제작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절기를 알 수 있는 동지선 눈금 표시가 비교적 단순화돼 있고, 금속 합금 비율도 일반적인 앙부일구와 다른 특징을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받침 구조가 눈에 띈다. 대부분의 앙부일구가 ‘열십자(十)’ 모양의 받침 위에 장식 다리를 얹은 형태인 반면, 이 유물은 Y자형 삼족 구조를 갖췄다. 국립농업박물관은 이런 점에서 희귀성이 매우 높은 유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유물의 가장 큰 특징은 석파정과의 연결성이다. 조선 후기 화가 이한철이 1860년경 그린 ‘석파정도’에는 앙부일구가 놓인 석대가 표현돼 있는데, 실제 석파정에 남아 있는 석대의 홈과 금속 부재가 박물관 소장 앙부일구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박물관은 이 유물이 과거 흥선대원군의 별장인 석파정에 설치됐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술적 가치도 높다. 이 앙부일구에는 은입사 공예 기법이 정교하게 활용됐다. 시각선과 절기선은 선상감 기법으로, 시간·방위·절기 관련 문자는 면상감 기법으로 새겨져 조선 후기 금속 공예기술의 수준을 보여준다.

국립농업박물관은 이번 지정이 해당 유물의 학술적·예술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성과라고 설명했다.

오경태 국립농업박물관장은 “이번 지정이 우리 농업과 생활문화를 담고 있는 소중한 유물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박물관이 보유한 유물들에 대해 문화유산 지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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