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미국채·배당…연금 계좌서도 인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됐다. 대형주 중심 상승 흐름에 올라타면서도 하방 리스크를 줄이려는 투자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2일 한국거래소와 ETF체크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채권혼합형 ETF는 총 60개로, 순자산 총액은 11조원을 넘어섰다. 2024년 말 2조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약 1년 3개월 만에 5배 이상 증가했다.
자금 유입 규모로 보면 최근 한 달간 KB자산운용의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에 5201억원이 몰렸다. 이어 ‘KODEX 삼성전자채권혼합’ 3251억원, ‘KODEX 200미국채혼합’ 2395억원, ‘PLUS 고배당주채권혼합’ 1704억원 순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채권혼합형 ETF는 자산의 일정 비율을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면서 나머지를 채권에 배분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상품이다. 주식 투자로 상승 수익을 노리면서도 채권을 통해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러한 상품에 대한 수요는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반도체 등 대형주 중심 상승 흐름에는 참여하면서도, 급락 구간에서는 손실을 완화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을 찾아서다.
최근 한 달간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KB자산운용의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5201억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표주를 전면에 내세운 상품이다. 주식과 단기 국채를 결합해 가격 변동성을 낮추면서도 주요 반도체 종목 투자 비중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와 국채를 결합한 ‘KODEX 삼성전자채권혼합’도 유사한 구조다.
퇴직연금 계좌 내 활용도 역시 자금 유입을 견인하고 있다. 현행 규정상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는 적립금의 최대 70%까지만 위험자산 투자가 가능하고, 나머지 30%는 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운용해야 한다.
이때 주식 비중이 절반 이하인 채권혼합형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이를 활용하면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실제 주식 투자 비중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예컨대 안전자산 30%를 주식과 채권을 절반씩 담은 ETF로 채울 경우 전체 포트폴리오 기준 주식 비중은 최대 85% 수준까지 확대된다.
이런 구조 덕분에 채권혼합형 ETF는 연금 투자자 사이에서 효율적인 자산배분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일례로 ‘PLUS 고배당주채권혼합’은 배당주와 채권을 결합한 구조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연금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주가 상승뿐 아니라 배당과 이자를 통한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인컴형 수요가 반영된 사례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연금 투자자는 규제 범위 안에서 최대한 높은 수익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채권혼합형 ETF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구조인 만큼 관련 시장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