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만에 신용대출 1.4조↑·4년8개월만에 최대폭 증가
신용융자 33조·미수금 2조원 ‘역대 최대’… 빚투족 강제청산 우려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와 중동 분쟁 여파로 가계대출 금리가 두 달 만에 일제히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6.5%를 넘어서고 신용대출 금리도 1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과 ‘빚투(대출로 투자)’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3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4.250~6.504%로 나타났다. 지난 1월 16일과 비교해 두 달 사이 금리 상단이 0.207%p 높아졌다. 이는 주담대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3.580%에서 3.860%로 0.280%p 상승한 결과다. A 은행의 경우 현재 주담대 금리 수준은 2023년 10월 말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연 3.930~5.340%(1등급·1년 만기 기준)로 올라섰다. 두 달 전과 비교해 하단이 0.180%p 높아진 수치다. 지표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0.200%p 뛴 영향이다. B 은행의 내부 시계열에 따르면 현재 신용대출 금리는 2024년 12월 말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담대 이자 부담은 가중되는 반면 자산 가치 상승세는 둔화하고 있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상위 20%(5분위) 매매 평균가격 상승폭은 전월 대비 527만원에 그쳐, 지난해 월평균 상승폭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금리 상승과 집값 정체가 맞물리며 영끌족과 같은 차주들의 상환 압박이 커지는 구조다.

통상 금리 상승 사이클에서는 이자 부담으로 인해 대출을 상환하는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이 나타나야 하지만 최근에는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잔액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2일 기준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66조5501억원으로 2월 말보다 6847억원 불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부동산 규제 여파 등으로 8302억원 감소했으나, 신용대출이 1조4327억원 급증했다. 이 증가 폭이 월말까지 유지될 경우 2021년 7월(1조8637억원 증가) 이후 4년 8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개인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12일간 1조3114억원 늘어난 40조736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신용대출의 역주행은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른 긴급 자금 수요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시기에는 하루에만 15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은행 신용대출에서 증권 계좌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원을 돌파했고 위탁매매 미수금은 2조148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시 변동성 확대로 담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한 반대매매 물량은 5일 하루에만 776억원 쏟아졌으며, 미수금 대비 강제청산 비율은 6.5%까지 급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면서 고금리 이자를 신용대출로 버티던 영끌·빚투족들의 퇴로가 차단되고 있다”며 “이자 부담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자산 가치까지 하락할 경우 상환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가계부채 부실이 실물 경제 전반으로 전이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