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화 앞선 일본보다 적지만 민간 참여도는 높은 수준 평가
결제 중심 실사용 생태계 확대…디지털 결제 인프라 경쟁 변수 부상

한국 시장을 지원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USDC) 파트너가 60개를 넘어섰다. 제도 정비가 지연된 상황에서도 수탁, 인프라, 결제, 거래소를 아우르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민간 중심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제도화 속도가 디지털 결제 인프라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써클(Circle)에 따르면 한국 시장을 지원하는 파트너사는 총 63개로 집계됐다. 해외 사업자를 포함한 수치로, 국내에서는 블로세이프, DSRV, 웨이브릿지 등 가상자산사업자(VASP) 인증을 받은 수탁·인프라 기업과 다날 같은 결제 업체, 코빗 등 거래소가 참여했다.
업계는 이를 두고 한국에서도 수탁, 인프라, 결제, 거래소로 이어지는 초기 가치사슬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 제도가 명확히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민간 기업이 글로벌 표준에 맞춘 인프라 구축에 먼저 나섰다는 해석이다.
한국의 파트너 수는 일본의 75개보다 적다. 다만 일본은 제도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반면 한국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의 민간 참여도는 낮지 않다는 분석이다. 참여 기관의 성격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일본이 기관 유동성과 탈중앙화금융(DeFi) 인프라 중심으로 생태계를 확대해왔다면 한국은 결제와 핀테크 기반의 실생활 활용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달 5일 다날, 바이낸스페이, 써클은 관광 결제 분야 협력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방문하는 바이낸스 이용자는 별도 환전 절차 없이 보유 가상자산으로 국내 가맹점에서 결제 가능한 통합 결제·정산 서비스가 추진된다. 같은 날 하나금융그룹도 써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과 외국인 대상 USDC 기반 결제 마케팅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가상자산 생태계와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이후 발행을 넘어 유통과 사용까지 연결되는 활용 사례 확보 전략으로 해석한다. IQ가 발행한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 KRWQ가 써클 파트너로 합류한 점도 원화 연동형 스테이블코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아시아 시장과 비교하면 한국의 파트너 수는 싱가포르 124개, 홍콩 100개보다 적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결제를 중심으로 한 실사용 생태계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는 흐름이다. 비댁스(BDACS), 헥토그룹 등 국내 사업자도 써클 생태계에서 레퍼런스를 축적하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겨냥한 준비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 특성상 먼저 자리 잡은 통화에 유동성과 사용처가 집중될 가능성을 언급한다. 제도화 속도가 국가 디지털 결제 인프라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타이거리서치는 “싱가포르는 규제 관할권이라는 포지션을 바탕으로 글로벌 발행사를 끌어모았고, 홍콩은 법을 마련했지만, 아직 첫 라이선스가 나오지 않았다”라며 “일본은 보수적 제도 틀 안에서도 스타트업이 먼저 시장을 열었고, 한국은 대형 플레이어가 대기 중이지만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쟁이 길어지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신중함이 지체로 이어지면 자국 화폐의 자리 자체가 사라질 수 있어 속도가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