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대(對)이란 군사작전 이후 국내 증시 첫 거래일인 3일 코스피 시장은 유례없는 폭락장을 연출했다. 5800선을 돌파한 지 6거래일, ‘육천피’ 시대를 연 지 불과 4거래일 만에 맞이한 조정이다.
그간 가파른 주가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이 9~11%대 급락세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내렸고, 반면 전쟁 수혜가 예상되는 방산, 해운, 정유 업종은 급등하며 업종별로 극심한 온도 차를 보였다.
3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52.22포인트(7.24%) 내린 5791.91에 장을 마감했다. 포인트 기준으로 코스피 역사상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6% 낮은 6165.15로 출발했다. 이후 낙폭을 키우던 지수는 오전 11시 16분경 끝내 6000선을 내줬다. 오후 들어 5900선이 무너지고, 장 마감 직전에는 5800선까지 순차적으로 하향 돌파하며 거래를 마쳤다.
오후 12시 5분에는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 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전 거래일 종가인 937.80에서 890.05로 5.09%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서 발동 요건을 충족한 결과다.
수급 주체별로는 외국인의 ‘매도 폭탄’을 개인이 저가 매수세로 받아내며 추가 하락을 방어했다. 이날 개인은 6조2155억원이라는 기록적인 순매수를 기록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조5009억원, 989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업종별로는 대부분의 종목에 파란불이 켜졌다. 전기·가스(-11.04%), 전기·전자(-9.85%), 기계장비(-8.27%), 제조(-7.99%), 증권(-7.65%) 등의 하락 폭이 특히 두드러졌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방산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홀로 급등했다. 전 거래일 대비 19.83% 급등한 143만2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압도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반도체 대표주들은 각각 ‘20만 전자’와 ‘100만 닉스’ 타이틀을 반납해야 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9.88% 내린 19만 5000원, SK하이닉스는 11.50% 하락한 93만 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른 시총 상위 종목들 역시 일제히 급락했다. 시총 3위 현대차가 11.72% 내린 59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SK스퀘어(-9.92%), 기아(-11.29%), 두산에너빌리티(-8.84%), KB금융(-0.38%) 등도 큰 폭으로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 거래일 대비 55.08포인트(4.62%) 내린 1137.70으로 마감했다. 다만 코스닥 시장의 수급은 코스피와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703억원과 257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개인이 8582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권에서는 리노공업(4.99%), HLB(4.44%), 리가켐바이오(0.31%)가 강세를 나타냈으나, 에코프로(-11.35%), 알테오젠(-6.01%), 에코프로비엠(-9.93%), 삼천당제약(-8.61%), 레인보우로보틱스(-2.33%) 등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한편 지난 2일(현지 시간) 뉴욕증시는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돌입 소식에 하락 출발했으나, 장중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전쟁 개시를 오히려 ‘불확실성 제거’로 해석하며 다우지수는 0.15% 하락에 그쳤고, S&P500(0.04%)과 나스닥(0.36%)은 반등에 성공했다. 엔비디아(2.99%)를 필두로 한 AI 기술주와 엑손모빌(1.13%) 등 에너지주, 록히드마틴(3.37%) 등 방산주가 지수 회복을 견인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6.4원 급등한 1466.1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치며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연휴 기간 미-이란 간 충돌 격화로 국내 증시의 낙폭이 심화되며 코스피 5800선이 붕괴됐다”며 “특히 코스피(-7.24%)와 코스닥(-4.62%) 모두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외국인의 9거래일 연속 매도로 수급 부담이 높지만, 개인이 기록적인 매수세로 하방 지지력을 시험하고 있다”며 “미국 고용 지표 발표를 앞둔 금리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이번 주 국내 증시는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