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빼돌린 첨단기술…간첩죄 적용 길 열렸다

입력 2026-02-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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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국’ 한정 간첩죄, 외국·준하는 단체까지 확대
국가기밀 탐지·수집·누설·중개 행위 모두 처벌 대상

‘적국’으로 한정됐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까지 넓히는 형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3년 만의 첫 손질이다. 첨단기술을 탈취ㆍ유출한 ‘산업 스파이’에게 최대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개정된 형법 제98조는 기존의 ‘적국을 위하여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처벌한다는 규정을 보다 구체화하고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현행법은 사실상 북한을 전제로 한 ‘적국’ 개념에 묶여 있어 제3국으로 국가기밀이나 핵심 기술이 유출되더라도 간첩죄 적용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그동안 관련 사건은 산업기술보호법이나 군사기밀보호법 등 개별 법률로 처벌됐고 형량과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적국을 위하여 적국의 지령, 사주 하에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자’로 구성요건을 명확히 했다.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하여 외국 등의 지령, 사주 하에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자’도 처벌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북한뿐 아니라 우방을 포함한 외국을 위해 국가기밀이나 국가 첨단기술을 유출한 경우에도 간첩죄가 적용될 수 있게 됐다. ‘이에 준하는 단체’가 명시되면서 외국 기업이나 해외 연구조직과 연계된 기술 유출, 산업 스파이 행위 역시 형법상 간첩죄 적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형량은 적국을 위한 간첩행위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다. 외국 등을 위한 간첩행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규정해 새로운 처벌 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개정은 21대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논의됐으나, 처벌 범위 확대에 따른 과잉 적용 우려와 법적 명확성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입법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22대 국회 출범과 함께 경제안보와 기술 보호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입법 논의가 재개됐고 여야 간 이견 속에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 절차를 밟게 됐다.

22대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여야 간 입장차는 이어졌다. 민주당은 국가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 처리를 추진한 반면 국민의힘은 구성요건 확대에 따른 과잉 처벌 가능성과 법 적용의 명확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법 개정 필요성은 실제 사건에서 드러난 법 적용의 한계와 맞물려 제기돼 왔다. 지난해 국내 한미 군사시설과 주요 국제공항에서 전투기 사진을 촬영하다 적발된 10대 중국인은 간첩죄가 아닌 형법상 일반이적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24년에는 국가핵심기술인 삼성전자 D램 공정 기술을 부정 사용해 20나노 D램을 개발한 혐의로 중국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산업기술보호법의 법정형은 15년 이하 징역으로 간첩죄보다 처벌 수위가 낮아 제3국이나 외국 기업과 연계된 정보·기술 유출을 기존 형법만으로는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개정 형법은 정부로 이송돼 공포 절차를 거쳐 6개월 뒤 시행된다.

한편 이번 개정안의 또 다른 핵심은 법왜곡죄 신설이다. 판사·검사 등이 타인에게 위법·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수사 중인 형사사건에 관해 법을 왜곡하면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본회의 상정 직후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합법적 무제한 토론)를 신청해 반대 토론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고 표결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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