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죽어야 낫는 병

입력 2026-0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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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서산 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순천향의대 외래교수

가끔 듣는 질문이다. 왜 정신과 했냐? 내가 인턴 때는 수입이 적은 의사는 1위가 일반의였다. 그 다음이 정신과였다. 그래서 내가 정신과 하겠다고 할 때 모두가 말렸다. 너 제정신이냐? 그래도 의사 하면 밥은 먹고 살겠지 하고 시작했는데 정말 밥만 먹고 산다. 성공한 다른 과 의사들은 땅도 사고 건물도 사는데 나는 땅도 없고 건물도 없고 그래도 밥은 먹고 산다.

나는 원래 피부과를 하려고 지원했었다. 단지 쉽고 편해서였다. 인턴을 하면서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잠을 잘 시간이 없어 며칠 못 자는 날도 있었고 과중한 업무에 녹초가 되는 날의 연속이었다. 피부과는 응급 환자나 중환자가 없어 편해 보였다. 그러다 한 사건이 내게 정신과로 꿈을 바꾸게 하였다.

인턴 때 담당했던 알코올 중독 환자가 있었다. 부인이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세 살 난 딸과 같이 생활을 꾸려나갔고 환자는 집안에 돈 되는 모든 물건을 술과 바꿔 먹었다. 연탄조차도 술과 바꿔 먹어 한 장 이상 사놓을 수가 없었다. 부인이 야근하고 새벽에 돌아온 어느 추운 겨울밤, 남편은 하나 남은 연탄마저 술과 바꾸어 먹고 술에 취해 자고 있었다. 어린 딸은 체온이 떨어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부인은 가출을 했고 환자도 결국 식도 정맥류 파열이라는 알코올 중독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한 가족이 불행에 빠지는 것을 보면서 평탄하게 성장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아무 것도 모르고 죽어간 세 살 난 아이의 죽음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가 되었고 지금도 알코올 중독 환자를 많이 진료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 치료는 참으로 어렵다. 열심히 치료한 환자가 퇴원 당일 병원 앞 슈퍼에서 퇴원 기념으로 술 마시는 것을 보면 치료자로서 절망하게 된다. 친한 안과 의사는 알코올 중독은 죽어야 낫는 병이라고 놀리기도 한다. 세 살 난 아이가 왜 죽어 가는지도 모르고 추위에 떨다 세상을 떠났을까. 그것을 막는 데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된다면 나는 이 일을 하고 싶다.

박경신 서산 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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