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서민 음식’ 라면의 무게

입력 2026-02-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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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진 생활문화부 기자
▲연희진 생활문화부 기자

라면 한 봉지의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정부마다 가장 먼저 논의되는 품목은 라면이었다. 최근 밀가루 담합이 적발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을 심의하기로 했다. 이후 또다시 거론되는 건 역시 라면값이다.

라면이 실제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2024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전체 가중치 1000 중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2.4다. 가공식품에서는 빵(6.8)의 절반 이하이며, 비식품에서는 침구(2.6)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 대부분이 거의 필수로 지불하면서 소수 민간기업이 공급하는 휴대전화료(29.8)는 가중치 상위 3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물가 안정을 얘기할 때마다 ‘이 가격이 맞느냐’고 질타받는 대표 품목은 라면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자 경기 체감의 바로미터로 여겨져 왔다. 실질적인 물가 기여도와는 상관없이 라면값이 오르면 민심이 출렁인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라면의 상징성은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다. 라면은 K푸드 확산 속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얼마 안 되는 품목이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라면으로 돈을 벌어들이기는 절대 쉽지 않다. 라면을 포함한 국내 식품업계의 평균 영업 이익률은 5% 내외다. 해외사업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매출보다 이익이 초라하다. 해외에서 라면이 잘 팔린다는 성공 신화가 부각되면서 정부와 소비자가 거는 기대는 더욱 커지지만, 기업 내부에서는 원가 관리에 진땀을 뺀다. 이런 가운데 다시 라면값 인하 이야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국내에서는 가격을 억누르면서 해외에서는 국가대표로 뛰어달라는 셈이다.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계속 오르는 물가를 관리하려는 정부의 의지도 공감한다. 다만 그 대표가 라면이어야 하는 것이냐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K푸드 수출 도약이 국가적 과제로 주목받는 가운데 라면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연구개발에 투자하려면 국내에서도 숨 쉴 틈이 필요하다. '서민 음식'이라는 프레임이 라면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물가 관리와 산업 육성 사이 균형을 찾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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