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하영 증조부 친일 행적 명백⋯연좌제 비난은 경계”

입력 2026-08-1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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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인식·성찰 부재의 문제⋯겸허한 반성 선행돼야”

▲배우 하영. (연합뉴스)
▲배우 하영. (연합뉴스)

민족문제연구소가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친일 행적은 명백하다”며 역사적 성찰과 반성을 촉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논란의 본질은 배우 개인이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상의 식민지 협력 이력에 대한 최소한의 역사적 성찰 없이 발언한 ‘역사 인식과 성찰 부재의 문제’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대의 과오에 대한 단죄를 후손에게 전가하는 연좌제적 발상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조상의 과오를 성찰 없이 미화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소비한 태도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안상호의 친일·부일 협력 행적도 제시했다. 안상호는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추도하기 위해 조직된 ‘국민대추도회’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이후 일제 식민통치를 뒷받침한 경성부 협의회원과 경성 종로금융조합 조합장을 지냈다.

내선융화를 표방한 단체에서도 활동했다.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을 맡았고, 1924년부터 반일운동 배척과 내선융화를 내건 동민회 회원과 평의원으로 활동했다.

연구소는 대정친목회를 이완용·민영휘·조중응 등 친일 인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로 규정했다. 이어 “당시 시대적 상황과 단체의 성격을 고려할 때 평의원으로 참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친일 행위”라고 평가했다.

안상호가 2009년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당시 확보한 자료로는 선정 기준에 미달해 수록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사전에 이름이 수록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곧 ‘친일 행적이 없음’을 뜻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과거사 기록 사업은 사료의 발굴과 검증을 통해 이어지는 현재진행형 학술 사업”이라고 했다.

또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수록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직 여부는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안상호가 의료 활동에 그치지 않고 식민통치기구와 친일단체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이번 논란이 하영 개인에 대한 연좌제적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했다. 연구소는 “역사적 과오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은 행위 당사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선대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후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후손에 대한 연좌제 금지’라는 방어 논리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식민지배 하에서 형성된 전문직 계보와 사회적 자산이 해방 후 청산 없이 어떻게 기득권으로 승계되고 세습되었는지에 대한 구조적 질문과 역사적 성찰로 이어져야 마땅하다”고 했다.

하영은 최근 방송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뒤 증조부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12일 자필 사과문을 통해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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